과꽃

by 글마루

봄에 일찍이 뿌려둔 씨앗 중에서

이미 화려함을 불사르고

산화한 개양귀비, 수국을 뒤로하고

잡초처럼 잎과 키만 덤불처럼 키우더니

초복 무렵 소담스레 꽃잎을 여는 너

보라색의 꽃잎이 화려하지 않으나

노오란 꽃술 감싸고

접시처럼 동그랗게 가지런한

네 모습은 어여쁜 소녀처럼

단정한 숙녀처럼 내게 다가온다


한여름 땡볕 아래에서도

더러는 하늘 보고, 더러는 나를 보고

어느 시인은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어댔다고 했는데

한 송이의 과꽃을 피우기 위해

제비가 집을 짓고 날아가고

이른 봄부터 한여름까지

네가 피어나기만 기다렸다

기다림에 보답하듯 너는

여름 내내 내 곁에서 머물러 다오

연보랏빛 어여쁜 소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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