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어느 두메산골에서
중학교만 졸업한 소녀들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구미공단으로
자의 반, 타의 반, 두려움 반, 설렘 반 뭉뚱그린
막연한 꿈과 두려움을 보따리에 묶어
공단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섭씨 40도가 넘는 제직공장에는
기계와 노동자들이 토해내는 한숨과 어우러져
숨 가쁘고 축축한 증기를 뿜어낸다
베 짜는 기계 사이를 종종걸음 치며
고막을 찢을 듯한 소음을 고스란히 받으며
끊긴 실을 잇는다
낮에는 한증막 같이 더운 공장에서
조장, 반장에게 욕설을 푸지게 얻어먹고
밤엔 가라앉는 눈꺼풀을 성냥개비로 받쳐놓고
한 자라도 배우겠다고 따가운 눈을 문지른다
삼 교대 근무로 종종걸음 친 대신 받은
월급봉투는 동생들 공납금으로,
빚낸 농사밑천으로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고된 노동과 학업으로 코피를
밥 먹듯 흘리며 영혼을 팔고, 육체를 팔아도
3년 지나 남는 것은 축난 몸뚱이와
공순이라는 주홍글씨만 남아 있다
고향 집에 부쳐준 돈은
발이 달렸는지, 밑이 빠졌는지
흔적도 없고
소녀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듯
지긋지긋했던 방직공장으로 회귀한다
※ 필자는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 취업해 잠시 섬유공장 경리로 근무한 적이 있다. 전화가 와 공장장을 찾으러 현장에 들어선 순간 나를 맞은 것은 숨 막히는 습기와 열기였다. 또한 고막 찢어질 듯한 기계음. 그때 내 나이 18세. 내 또래 소녀들이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열악한 현장에서 밤새 베를 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후 내 삶도 그녀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공단 곳곳에서 자신의 청춘과 육체를 소진한 소녀가 여전히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