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이야기

4. 그 많던 고니는 어디로 갔을까

by 글마루

아들을 만나러 구미에 간다. 달리는 차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부른다. 나는 이렇게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푼다. 가수들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면 내가 노래를 무척 잘 부르는 듯 착각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약속 시간 전 일전에 보았던 고니 떼가 보고 싶어 지산샛강공원에 먼저 들렸다.


두어 달 전 우연히 찾아간 습지에는 두루미인 줄 알았던 하얀 새 떼들이 먼저 괴상한 소리로 나를 반겨주었다. 그 모습은 마치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에게 “어서 와, 나 여기 있어, 내 목소리 어때? 멋지지?”라고 말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왁자지껄했다. 추운 샛강을 새들이 활기를 불어넣었다. 추운 날씨에도 새들을 보기 위한 사람들이 오간다.


시장판이 이토록 소란할까? 공연장이 이토록 소란할까? 새들이 내는 소리가 하도 커 가까이 다가갈수록 화들짝 놀랄 정도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새들의 소리는 높은 수준의 소음인 100데시벨을 넘을 것만 같다. 아무리 귀가 어두운 사람이라도 들을 수 있을 만큼 그들의 아우성은 대단했다. 좁은 강이 그들의 세상인 양 그들은 넓은 날개를 파닥거리기도 하고 물속에 긴 목을 처박고 먹이를 찾고 바로 앞의 짝에게 구애하듯 제스처를 하느라 매우 바빴다.


낙동강에 천연기념물인 두루미가 서식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라 저렇게 큰 몸집의 새라면 분명히 두루미라고 확신했다. 천연기념물치고는 꽤 많은 개체수에 놀랐다. 두루미는 재두루미, 흑두루미로 알고 있던 내게 하얀빛의 두루미가 의문점으로 남긴 했지만 새에 관해 문외한인 나는 두루미로 착각하며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신기한 광경을 목격한 나는 동료 선생님께 두루미 봤던 광경을 매우 신기한 듯 열에 들떠 자랑삼아 이야기했다. 환경보존에 조예가 깊은 선생님 말씀으로는 두루미가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진과 영상을 전송하고 하루 뒤 답변이 왔다. 그 새는 두루미가 아니라 ‘큰고니(백조)’라고. 아하 그렇지, 전에 내가 봤던 두루미는 큰 날개를 펼치며 한 마리씩 날아오르긴 해도 저렇게 하이톤으로 울진 않았는데. 두루미가 아니면 어떤가. 두루미나 고니나 천연기념물에 멸종 위기종인 건 마찬가지다.


겨울 철새인 저들은 북쪽 시베리아처럼 추운 툰드라 지역에서 살다가 겨울을 나기 위해 남하했을 것이다. 우연인지 선택인지 샛강에 정착했고 저들은 임시 보금자리가 마음에 드는지 두 마리씩 짝을 지어 날개를 파닥거리며 큰 목소리로 존재를 알린다. 그들이 궁금해진 나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사람이 가까이에 있건만 그들은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지 자기의 존재를 내세우기 바쁘다. 사람들에게 보고 배우라는 듯, 우린 이렇게 열심히 당당히 살아간다고.


몸체보다 목이 긴 백조(고니)는 우아함의 대명사라 불릴 만하다. 긴 목을 유연하게 구부리며 날개를 파닥거리는 모습은 아름다운 발레리나가 춤을 추듯 사뿐하고 우아하다. 나는 추운 날씨에도 넋을 잃은 듯 오랫동안 멈춰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저들이 무사히 지내다 돌아가기를 빌었다. 이른 시일 내에 꼭 다시 보러 오마고 혼자 손가락을 걸고.


분명히 아직 그들이 순백의 빛을 발하며 강을 누비리라는 기대에 설레며 주차하고 바라보니 강은 휑하다. 그 많던 고니는 어디로 갔을까. 겨울이 끝났음을 벌써 알아채고 떠났던 것일까. 허탈함과 서운함이 밀려온다. 고니가 떠난 습지는 가창오리 몇 마리만 헤엄치며 먹이를 찾고 있다.

그 많던 고니는 어디로 갔을까?
-2025년 3월 1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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