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통해 바라 본 세상
계속 주말에 약속이 잡혀서 앞다투어 피어나는 꽃처럼 나의 봄도 만개했다. 주변에 좋은 인연들을 만나고 그 모습들을 보며 인생을 배우고 그렇게 긍정적인 향기를 맡게 되어 바쁜 중에도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작년에 친하게 지내던 선생님 생각이 떠오르곤 했는데 목요일 저녁 무렵 전화 벨이 울렸다. 둘이 텔레파시라도 통한 건지 일정한 주기를 간격으로 우린 약속을 잡곤 한다.
오늘은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경천섬을 걷기로 했다. 내 차를 함께 타고 우린 경천섬으로 향했다. 그녀는 특유의 밝은 표정에 옷 색깔과 똑같은 분홍색 미소를 머금은 채 나와 인사했다. 나는 이런저런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푸념 섞어 이야기했고 그녀는 최대한 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둘은 수다스러운 아줌마들의 표본인 양 잠시 쉴 새도 없이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경천섬을 반 바퀴 돌다가 우린 낙강교를 건너가기로 했다. 봄볕은 따사로웠고 산책하기 좋게 바람도 적당히 불어 딱 그만인 날씨였다. 강 건너 객주촌을 지나 새로 생겼다는 '경천서림'에 방문하기로 했다. 비어 있던 식당을 손 보아 북카페로 변신했다. 한옥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카페는 고즈넉했다. '경천서림'이라기에 책을 전문으로 파는 서점이리라 짐작했는데 입구를 들어선 분위기는 갤러리를 연상케했다. 인테리어 소품과 와인에 문구류까지 아기자기하면서도 정갈한 분위기가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우린 커피와 차를 주문하고 안쪽으로 향했다. 안에는 각각의 방이 따로 구분돼 있었다. 테이블 두 개가 각각 놓이고 양 벽은 그림 액자가 걸려있다. 바닥에는 푹신한 양탄자가 깔려 있어서 아늑한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책 한 권을 빼어들고 창을 향해 탁자 앞에 앉았다. 진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넘기는데 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처럼 생동감을 부여한다. 스크린처럼 창을 통해 바라보는 바깥의 풍경은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듯 푹 빠져들게 했다. 고요한 북카페는 클래식 음악이 물방울처럼 고요히 흐르고 무엇보다 수많은 사람들로 왁자지껄하지 않아서 책 읽고 글 쓰기 딱 맞춤한 그곳의 분위기에 잠시 취했다.
창(窓)
창은 마음의 거울
사각의 유리 너머엔
강물이 시간처럼 흐르고
창 밖을 오가는 사람들은
같은 현실에 존재하건만
창이라는 또다른 세계로의
통로처럼 거기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멈춘 듯, 멈추지 않은
창을 통해 세상을 읽는다
창을 통해 본 느낌을 '시'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써봤다. 창은 정해진 규격이 있지만 그 정해진 틀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여전히 흐르고 나는 같은 시공간에 있건만 다른 시공간에서 관람하듯 자연과 사람들을 봤다. 또한 창을 통해 바라본 풍경은 그대로 그림이 되었다. 창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바라본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을 발견한 순간이다. 그렇기에 늘 보던 풍경이 색다른 분위기로 마음에 그림 한 점을 남겼다.
왠지 모르게 그 카페는 시간이 더디게 흐를 것만 같고 창 밖의 풍경이 오직 보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듯 한 분위기가 그 공간이 내 서재인 듯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그곳을 아지트로 삼기에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여럿도 좋지만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때 더 어울릴 것만 같은 공간에 취해 본다. 좋은 사람과 마음의 거리낌없이 나란히 앉아 한 곳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이것이 진정한 평화와 행복이 아닌가 한다. 그녀에게 말했다.
"바쁜 일상에서 이렇게 멋진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진정한 행복 아닐까요? 이럴 때마다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런 기회를 얻게 되어서요."
강바람을 맞으며 산책 후 우린 쌈밥을 배가 두둑하도록 먹고 소화시키자며 황토 맨발 걷기를 하고 또 도서관으로 이동해 만화책을 읽다가 저녁이 다 되어 귀가했다. 오늘 하루 알차게 잘 보내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