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와 고급스러움에 대한 의문

테라조 타일

by DesignBackstage
요즘 많이 보이는 인테리어 소재가 있다.
대리석, 석영, 유리, 금속 조각 등을 시멘트나
에폭시 수지 바탕에 섞어 굳힌 복합 소재 테라조다.
학교 복도 및 계단에서 주로 시공되던 바닥재_테라조

오래되고 낡은 듯한 이 소재는 학교 복도 및 계단에 주로 시공되던 소재다. 오래되고 낡은 느낌의 이 소재가 여러 공간에서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인테리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을까? 최근 다양한 칩의 크기와 색상으로 새로운 느낌의 컬러 테라조가 많이 눈에 띈다. 바닥, 벽, 소품 등 다양한 곳에 등장하는 이 빈티지한 소재의 변신이 과감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다. 예전의 테라조는 작은 대리석 칩들이 옹기종기 모여 톤온톤의 은은한 느낌을 주로 이루었다면, 2015년에 새롭게 등장한 이 과감한 테라조 타일은 화려한 컬러와 큰 사이즈의 칩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marmoreal’ by max lamb

싸구려로 취급되던 이소재가 고급스러움을 대표하는 명품매장에 등장했다. 명품매장이라고 하면

밝은 조도와 반짝이는 대리석은 공간이 떠오른다. 무게감으로 압도해 버리는 블랙 컬러 바디에 화이트흐름 무늬가 매력적인 '씨 마퀴나', 새하얀 컬러에 그레이 흐름이 곳곳에 보이는 '비앙코 까라라' 대리석들이 주로 쓰인다. 매장에 있으면 마치 이탈리아 고급 귀족의 성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일상을 벗어나 현실을 잊게 해 소비로 이어지게 하려는 목적답게 호화로웠다.

입생로랑 도쿄 프레그쉽스토어_2015/ 몽클레어홍콩매장_2017


영국 출신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건축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것을 중시하며 단순 복원이 아닌 과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건축은 오래도록 남아야 하며, 시간이 흘러도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야 한다."

그는 옛것을 중시하며 과거와 현재가 잘 이어지도록 설계하고 디자인한다. 그가 설계한 2015년 문을 연 발렌티노 매장은 옛 궁전이나 저택에서 주로 쓰이던 건축양식을 활용했다. 돌을 켜켜이 쌓아 성의 외곽을 쌓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조각난 대리석들이 서로 모양에 맞춰 쌓가듯이 테라조 타인을 활용했다. 조각난 대리석들이 천장까지 온 매장을 뒤덮었다. 오래된 양식을 활용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돌조각들이 매장을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아 세련되고 웅장하다는 느낌보다 공간이 유니크하게 느껴졌다. 그 독특함은 예전의 것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전혀 새로운 접근으로 거듭났다. 테라조 타일이 싸구려라는 이미지는 조각나고 고급스럽고 개성 있는 스타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발렌티노 뉴욕 프레그쉽 매장 2014
국내에서 꾸준히 인기 있는 테라조 타일이
역사에 대한 소중함과 새롭게 보려는 시도가 맞물려
레트로 열풍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허름하다며 치부했던 과거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의 과거가 나의 정체성이 되고 스토리가 입혀지며 개성 있는 아이덴티티가 된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그것을 개성 있다 여기며 새로운 트렌드가 되기도 한다. 테라조 타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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