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폴센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 보니 수많은 공간을 마주한다. 그 벽에 그 가구 일색이지만 그중에도, 시선이 오래 머무는 장면들이 있다. 따사로운 햇살이 창을 통과하면서 굴절로 인해 실제보다는 조금 크게 식물의 그림자가 벽지 패턴이 되거나, 혹은 하얀 리넨 소재 커튼을 투과한 햇살이 실내 집기들의 어색한 조화를 뭉근하게 블랜딩 해주는 부드러움이 있는 공간, 빛이 함께 하는 곳은 죽은 공간에 숨을 불어넣듯, 생동감 이 넘치게 된다.
인테리어 스타일링 함에 있어 컬러 조합만큼이나 중요한 게 있다. 소재의 조합이 중요하다,
물론 소재의 미스매치를 통해서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감각 있는 전문가들이 아니고는 쉽게 따라 하기 힘든 스타일이기도 하다.
완전히 상반된 벨벳의 따스한 무드 소재와 차가운 금속소재의 조합은 극강의 럭셔리로 갈 수 있는 급행 티켓이지만, 어정쩡한 조합은 되려 다된 밥그릇을 깨는 격이다. 그래서 가장 안정적으로 톤온톤의 비슷한 계열이나 비슷한 소재로 집안을 꾸미는 것이 일반적이다.
막상 이렇게 꾸미고 나면, 뭔가 심심하고, 특색이 없을 뿐 아니라 공간에 힘이 없어 보인다.
2015년 스웨덴 브랜드 이케아가 국내 상륙함과 동시에 국내 북유럽 인테리어 관심이 높아졌다. 그로 인해 북유럽 브랜드들이 덩달아 국내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눈부심 없는 기능성뿐 아니라 어느 공간에나 존재감을 드러내는 코펜하겐 조명 브랜드인 루이스폴센은
최근 수년 동안이나 인테리어 쪽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브랜드이다. 리빙 관련 쇼룸을 가거나 매거진 혹은
SNS 인테리어 관련 사진들에 원형 테이블 위에 공식처럼 등장하는 루이스 폴센 PH5조명이 있다.
작은 접시 형태의 레이어가 켜켜이 3겹으로 겹쳐진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컬러 , 소재의 조합이 흥미롭다. 같은 형태의 다른 컬러 소재감의 맞춤형 선택 가능 제품뿐 아니라, 펜던트 길이에 따라 경쾌함과 고즈넉함 정도의 차이와 리듬감이 존재하여, 꽤 다양한 스타일 연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레이어드 된 이 구조물들은 마치 비행접시가 적당히 쉴 곳을 찾아 둥근 둥지 위 자리를 잡은 듯한 모양새였다. 다행히도 그곳에 있음에 불편하지 않은 느낌의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부담스러운 가격을 감안하면서까지 이렇게 열광하며, 매달아 놓을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지만,
인싸템이라는 국민 조명이라는 대단한 수식어를 뒤집어놓을 명분도 없었고, 그저 대중들의 생각을 함께 공감하지 못함에 대한 답답함 정도로 지내고 있었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한옥에 비치된 루이스 폴센 PH5조명을 만났다. 조명 커버 사이로 빛을 뿜자 적당히 왁스 칠이 된 너도밤나무 바닥재에 반사되어 빛이 표시한 곳은 전혀 다른 공간으로 영역이 나뉘었다. 그곳에 발을 들이자 공중으로 붕 떠올라 자석에 이끌리듯 넓은 접시 부분에 서서히 다가가다가 한계점에 다달았을때 빠른 흡입력으로 납치되는 느낌이었다. 끌림과 울림이 예기치 않게 갑자기 들어왔다. 최면에 걸린 듯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니 천장에 노출된 서까래의 가늘고 긴 각재가 켜켜이 올려진 조명의 구조물들과 균형을 잡아주며 운율감을 고조시켰다. 서까래, 문창살문, 문을 열었을 때 보이는 건너편 기와지붕 한옥의 특징적인 구조들 사이에 북유럽 제품이 어울릴 거라고, 조화로울 거라 생각 조차 못했다. 둥글거나 긴 한지 조명만이 어울릴거라 생각했던 내생각이 진부했던것일까, 한국의 헤리티지가 뒤엉켜 집약된 이 공간에 자리한 PH5는 팔짱을 끼고 호방하게 웃으며 빛을 뿜고 있었다.
자신감 있는 사람, 자신감 있는 공간 모두가 매력요소의 기본이 아닌가 싶다.
조명 하나로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듯, 모든 게 완벽하지 않아도 나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 있는 요소 하나,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온몸에서 발광 효과가 나게 된다.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 뭐가 있을까,
해외 매거진에 주로 등장하던 메이저 브랜드 조명들이나 가구 소품들이 카페 나 갤러리에 조금씩 보이나 싶더니, 집안 곳곳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고,
루이스 폴센 조명은 왜 국민 조명이 되었을까,
루이스폴센의 디자이너 폴 헤닝센은 세 가지를 원칙으로 삼았다고 한다.
"눈부시지 않은 조명" "불빛을 원하는 곳에만 집중시킬 수 있는 조명"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조명". 이 세 가지는 곧 브랜드 철학이 되었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이탈리아 무라노 지역의 장인들이 입으로 불어 만드는 기법을 적용하여, 유리 곡선을 동일한 두께로 생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숙련된 기술자만 제작에 참여한다고 한다. 대량생산을 통해 대량 판매함이 인지상정인 것을, 누군가는 바보 같다며 손가락질할 수 있는 생산방식이지만, 자신만의 철학을 고집하고 풀어내는 자신감, 물론 이런 생산방식 외에도 수많은 장점과 매력요소가 많지만 아마도 우리들은 그들의 자신감 있는 가치관을 통해 빗어진 제품들을 공간에 들이면서 존재감 있는 나를 대변하고 싶음은 아닐까,
나 자신에 대한 믿음만이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나를 믿는 순간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게 된다는 니체의 말은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사실 우린 얼마나 나 말고 주변인들의 말에 흔들리고, 현혹되고 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