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선정 기준
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책 한 권만 추천해 주세요! 많은 이들이 책추천을 부탁한다. 요즘 많은 이들이 책을 멀리한다고 하는데 읽고 싶다며 추천해 달라고 하니, 혹여나 추천책을 읽고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때 상대 성향파악을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주로 회사동료들은 관계의 어려움에 대한 책이나, 힐링 혹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비전 그리기 관련된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주로 심리학이나 철학서에 관심이 많던 나로서는 인간관계에 대한 책 추천은 카테고리별로 다양하게 해 줄 수는 있었으나, 내가 읽어 보지 않은 분야는 쉽게 책을 권해줄 수가 없었다. 책장 속 저 많은 책은 도대체 어떻게 구성이 되어있길래 힐링관련 된 도서가 없나 찬찬히 훑어보았다. 대부분이 디자인, 심리, 마케팅, 철학서들이 대부분이었고. 소설 또한 인간의 저열한 본능으로 바닥까지 갔다가 몸서리치게 외로움을 느끼고 가까스로 깨달음을 얻는 비극이 대부분이었다.
회사에서 친한 후배가 여름휴가 동안 읽을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때 당시 읽었던 책중에 꽤나 오랫동안 잔상이 남았던 책을 추천해 주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이였다. 전쟁으로 인해 남겨진 이들의 외로움과 처절함 그리고 그들의 행동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글이 대부분으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함이 흥미로웠고 인물의 거짓말을 추리해 내는 즐거움을 느끼기엔 좋을 거라 생각했다. 또한 진실을 말하기엔 너무나 잔인한 현실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이해는 쉬면서 깊은 사유를 끌어내기엔 참 좋은 작품이라 생각했다. 휴가 후 독서 후기를 들을 요량으로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그가 생각했던 휴가와 내가 생각했던 휴가는 많이 달랐었다.
싱글이었던 그는 내가 추천해 준 책을 들고 홀로 발리로 여행을 갔다고 했다. 그동안 치열했던 일들을 던져버리고 해변가에 밝은 기운을 얻으려 책을 펼쳤는데 책에서는 1956년 헝가리 반체제 혁명을 그리며 인간의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악마적인 인간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져 있으니 이 얼마나 놀랐을 것인가!
내 휴식 스타일에 맞춰 그에게 추천을 해준 게 문제였다. 혼자서 조용한 카페나 집에서 가장 포근하고 방해받지 않는 공간에 똬리를 틀고 앉아 현실을 잊을 수 있는 깊음 심연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할 거라 생각했다. 지나치게 다양한 시각을 갖추지 못하고 나만의 시선으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휴식과 책 선정 스타일뿐 아니라 평소 입는 옷 또한 그렇다. 대부분 소재와 두께의 차이가 있을 뿐 군더더기 없는 장식의 블랙, 베이지색의 옷과 블루진으로 진열된 옷들과 내 책장을 번갈아 보면 생각했다.
지나치게 내 취향에 맞춰진 스타일을 고집하게 되면
그 외의 세상은 자연스레 단절되지 않을까?
다양한 책을 읽으며 넓은 안목을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숨은 책을 찾아 읽어야겠다 생각했고 내 서재를 과감하게 바꾸고 헝클어 트리기로 했다. 기존의 책선정과 다르게 책에 접근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나만의 작은 조건들을 몇 가지를 정했다.
책표지가 매력적이고 글전체를 통찰하는 에너지가 있는가!
목차만으로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보이는가!
작가소개가 본인의 이력 나열식이 아닌 본인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담았는가!
서점 평대에 있지 않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책인가!
시/에세이/인문/자기계발/소설/과학/건강/경제/경영/역사/문화 카테고리 다양하게 읽고 있는가!
이 조건들을 통해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드려 한다.
책표지를 보며 작은 전시회를 보는 듯한 디자인 감각을 키울 수 있고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조리 있게 전달하는 통찰력을 배울 수 있고
매력적인 글을 쓰시는 분인가를 확인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찾지 못한 숨어있는 나만의 멋진 책을 찾을 수 있고
다양한 영역의 앎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가 깊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