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보조제와 역술인, 그리고 핀터레스트
다이어트 보조제와 점술인과의 만남은 묘하게 닮아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의지가 약하다는 시선이다. 이런 주변의 시선 때문인지 자신 있게 새로 나온 다이어트 보조제에 대한 정보와 역술인과의 만남을 주변인들에게 선뜻 이야기하기는 꺼려진다. 이 둘의 공통점만큼이나 문제점도 비슷하다. 이 둘을 맹신하는 순간 배신감에 휩싸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우며, 내가 가야 하는 길이 어디인지 길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보조역할로써의 존재는, 삶에 속도감이 높아진다.
다이어트 보조제로 몸이 조금 가벼워진다면 운동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고 식단조절도 용이했다.
점술인과의 만남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면 갈팔질팡하던 자잘한 고민들의 미련을 내려놓기에 수월했었다. 의지가 약하다는 말도 자기 결정권이 떨어진다는 말도 일정 부분 맞다. 하지만 이런 작은 보조역할 덕분에 의지가 솟아오르는 경험을 종종해 왔다.
디자인 작업의 시작 또한 사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과 상당히 닮아있다. 무엇이든 처음 하는 업무는 어렵다.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해내야만 하는 막중학 책임감에 친절한 사수들의 가르침 혹은 매뉴얼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완벽한 조건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어디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그럴 때엔 가이드나 보조역할을 하는 매개체가 있어야 의지를 이어갈 수 있다. 나의 인테리어 디자인 보조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핀테레스트이다. 물론 수많은 건축 혹은 인테리어 디자인 쪽에 다양한 레퍼런스를 구비하고 있고 다른 애플리케이션도 많다 하지만, 홈페이지의 첫 화면. 핀터레스트는 게시물을 연대기식으로 나열하는 페이스북, 트위터와 달리 이미지를 주제별 ‘큐레이션’ 방식으로 보여준다. 사용자가 따로 클릭해 들어가지 않아도 한눈에 이미지가 펼쳐지며, 텍스트 없이 이미지로만 나열되어 직관적이다.
핀터레스트의 직관적인 디자인은 공동창업자 이반 샤프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샤프는 건축 디자인을 전공한 뒤 페이스북에 들어가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다. 제품 기획부터 최종 디자인까지 제품 개발의 전 과정에 관여하며 시장과 소비자가 좋아할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게 디자이너의 본 역할임을 느끼며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을 하는 것이다라는 신념이 핀터레스트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말해주고 있었다.
핀터레스트에서 원하는 스타일 혹은 공간을 검색하면 전 세계 잘 꾸며진 집이 등장한다. 디자인 리서치 툴로써의 멋진 역할을 해주는 친절한 녀석이다. 물론 리서치하기 전에 클라이언트가 어떤 취향과 요구사항과 그들의 저니맵 또한 짜여 큰 그림이 그려진 상태에서 리서치가 들어가야겠지만, 때론 순서가 뒤 바꿀 때 극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주변 지역 기후 생활방식 모두를 고려했을 때 도저히 공간적용이 안 되는 스타일도 많이 있다. 하지만 "에이 어차피 안돼 "라는 생각보다"거실에 화이트가 아닌 옐로 컬러를 쓴다고? " 컬러 적용이나 소품들 교체 커튼 변화등 하나씩 참고하고 적용하다 보면 어디에도 없던 새로운 무국적 무시대적 공간이 꾸며진다.
이상하게 학창 시절부터 남들과 다름을 증명하며 살아왔던듯싶다. 똑같은교봇를입고 같은 학교를 갈 때도 모두 치마를 짧게 줄여 입으면 길게 늘여 입거나, 모두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신나는 모습이 보이면 난도 혼자 있고 싶었다. 살다 보니 그 본질이 잘 바뀌지 않았다. 모두가 추종하는 스타일은 싫었다. 마치 남들과 같아지는 순간 스스로의 운명을 다해버리는 것처럼 힘이 빠지고 나는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내 스타일을 고수하되 남들과 같아지는 것에 예민하게 굴었고, 누군가 나와 동일한 무언가를 하게 되면 쉽게 그것이 무엇이든 흥미를 잃었다. 그 누구보다 새로움에 대한 열망과 다름에 대한 강력한 니즈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런 나로선 남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 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물론 전체 시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조건과 상황이 있다면 따르되 나의 아이덴티티가 빠져버린 작업은 할 수없었다. 하지만 여러 인테리어 디자인의 레퍼런스를 참고하고 재탄생시켜 적용하다 보면 전혀 다른 개성 있는 공간이 나온다.
우리는 일단 움직여야 한다.
배고프다고 생각만 하고 음식을 찾지 않으면 아사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마음먹으면 바로 실행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곳곳에 나의 의지 텐션을 높이기 위한 TOOl을 배치해놔야 한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 새로운 도전의 시작의 상황이 되면 어떤가, 혹시 두렵다면 아마도 이일을 혼자 끌고 가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내가 실패하면 어떡하지? 내가 이 시작을 잘못하면 안 될 텐데 등등 주체가 오로지 자기 자신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설렘을 느끼는 누군가가 있다면 아마도 그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 도전을 통해 누구를 만나게 될까?
이번 프로젝트 고객은 저번 고객과 어떻게 다를까?
혼자서 하려고 하면 뭐든지 어렵고 무겁다. 그게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내게 도움을 줄 다양한 Tool들을 미리 고민하고 찾아본다면 우리가 겪게 될 두려움은 설렘으로 바뀌고, 답답하고 무거웠던 마음은 에너지와 활력이 넘치게 될 것이다. 나에게 적절한 설렘을 주는 든든한 보조지원군은 다이어트보조제와 역술인과 핀터레스트인 것처럼 각자의 주변을 돌아보며 나를 도울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에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