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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Backstage Jun 20. 2020

추억들을 모두 간직할 수 있다면

빈티지 스타일링


우리는 누구나 끌어안고 사는 게 하나씩 있다.

신발 보관 박스, 와인 코르크 마개,  도시별 마그네틱, 다 쓴 향수병 등 보는 시선에 따라잡다하다 느낄 수 있지만 모으는 이들 입장에선 그린 단순하게 바라보기엔 좀 속이 깊다. 나는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카드나 쪽지 등을 모아놓는다. 요즘엔 카톡이나 sns를 통해 축하를 주고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메모들을 주는 이들은 더더욱 소중하기 마련이다. 이렇듯 각기 다른 이유로 다른 것들을 모으지만 이것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추억 되새김 기능이다.


고교시절 학교를 오가며 들었던 DJ DOC의 2집의 농도 짙은 랩과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반항심 가득했었던 그 시절로 단 몇 초만에 강력 소환이 된다.
그 노래를 들으며 지나던 올림픽 공원과 카세트테이프의 적당히 늘어지는 구간까지 정확히 기억난다 마치 세밀화로 그린 것처럼 순간순간이 날카롭고 디테일하게 그려진다. 우리의 감각은 그렇게 온몸으로 기억되어 순간을 캡처해 놓는다.


본인들이 경험했던 것들의 추억은 알겠는데,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와 장소에 대한 그리움은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일까? 이는 주로 클래식의 고풍스러움, 아날로그의 미학, 빈티지의 따스함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언제든 원하는걸 경제적 능력만 된다면 대부분 이루며 살 수 있는 풍요로운 시대에 옛것의 소중함은 배가 되고  외로움을 더 느끼는 건 왜일까?

가장 빠르게 느껴지는 건 공간의 변화이다. 북유럽 스타일의 절제되고 심플한 라인과 형태는 이제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고 허름함이 주는 느슨함에 더욱 주목한다


해외 직구의 보편화와, 국내 브랜드 퀄리티가 좋아지면서, 우리는 원하는 가구와 인테리어를 언제나 접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인테리어 관련 샵들은 흔한 풍경이 되었다. 하지만 매끈하게 뽑아져 나온 새 가구들의  도도함보다는 세월에 흔적이 묻어 나오는 원숙함이 느껴지는 빈티지 가구에 대한 열망을 느끼는 건 왜일까?

새 물건에서 오는 산뜻함과 기분 좋은 청량함이 있다. 기분 좋음 뒤 금세 김이 빠지는 탄산음료처럼,

여운이 그리 길지 못하다. 빈티지한 물건들은 곳곳에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들에 따스함과 안락함이 있다.


오브제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있고, 에피소드가 있을 것만 같다.  새것에서 오는 싱그러움은 없지만 꽉 채워주는 따스한 온기와 여운이 깊다. 확실히 결이 다른 분위기 연출이 된다.

우리가 비록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와 장소의 가구 혹은 조명에 끌리는 이유는 그 안에 수많은 사람들의 설레는 순간도, 슬펐던 순간도 모두 함께 했던 역사성이 있는 건 아닐까? 직사광선에 노출되어  일부 그을림의 정도가 달라져 얼룩짐 또한 그 가구만의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감의 배합도 여러 해가 지난 듯한 질감이 쌓이면서 평범한 가구 형태에 특별함이 더해지거나, 손잡이, 경칩 등 하드웨어의 디테일 과 가구 작동 시 내부의 마감재까지 섬세하게 표현되어있는 장면들을 만나면 집안에 하나의 아트피스를 들여온듯하다.

빈티지 가구의 사랑 받음은 가구에서 조차 온기를 느끼고 대량으로 똑같은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서의 갈증을 채워주는 듯하다. 빈티지 스타일링의 뜨거운 관심은 우리의 헛헛한 마음을 돌볼 여유가 필요하다는 또 다른 메시지 일지도 모른다. 힘들고 외로울 때 묵묵히 나를 기다려주는 묵직함에 기대는 건 너무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생존본능의 일환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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