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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Backstage Jun 10. 2021

창문 너머에 담긴 진심

네스트호텔

갈대숲, 콘크리트 외벽, 인피니티풀

떠오르는 키워드를 나열해보면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겠거니 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사실 네스트 호텔을 가게 된 계기는 별거 없었다.

직원 복지혜택에 등장한 호텔과 리조트 중 안 가본 곳이 이곳이었다.

해외여행도 가기 힘들고 적어도 국내여행은 새로운 곳을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큰 고민 없이 네스트 호텔을 예약했다.

예상대로 절제미 있는 외관과 세련된 건축미는 뛰어났고 인피니티풀은 루프탑에 배치되어 있는

여느 호텔들과는 다르게 로비층에 위치해있어, 접근성 높은 편의성과 조금 쌀쌀한 날씨에 맞는 온수풀의 적절한 온도 또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조식 레스토랑은 일출 감상에 뛰어난 통유리창에 극장식 계단 구조로 일반적인 클래식 호텔에 비해 획기적이고 구석구석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커플 위주의 투숙객들은 대부분은 큰 케이크와 꽃다발을 들고 있어  우리도 급하게 기념일을 만들어야 하나 하는 다급함을 잠깐 느껴본 것 말고는 기분 좋은 첫인상이었다.

오션뷰룸에는 일출을 바라보며 아침을 맞을 수 있게 침대 헤드가 동쪽을 향해 바라보고 있었다.


누워서 오션뷰를 바라볼 때 시선의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코니의 난관이 유리로 되어있었다.

평소 폭이 20센티는 족히 넘는 집의 창문 프레임으로 가려져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볼 때도 창 틀로 댕강 잘려버린 나무들을 마주했던 나로서는 침대에 누워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욕실에서 건축가의 섬세함에 절로 웃음 지어졌다.

욕조를 사용하려 욕조에 앉는 순간 건축가의 진정성을 경험했다.

욕조에  앉아 시선을 따라가면 창가 너머로 고고히 자리 잡고 있는 섬 하나가 보였다. 정확히 창문 프레임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그 작은 외딴섬은, 마치 오래전부터 바라봐주기를 바랐던 것 마냥  빼꼼히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말이지 이 호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드넓은 바다와의 마주함을 뒤로한 채 좁은 창문 밖을 보기 위해 와인잔을 들고 아슬아슬하게 욕 조위에 걸터앉는 이유를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바다를 보러 와서 손바닥 두 개가 겨우 들어갈 만한 창가를 바라보고 있자니 우습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 다락방 혹은 작은 텐트에 몸을 뉘어 나만의 공간이라 안락함을 느끼던 그때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안식처 케렌시아의 조건은 무엇일까.  수많은 좋은 것들 중에 왜 이 작은 것에 집착하며 자꾸 바라보게 되는 걸까!


츠타야 서점의 최고경영자 마스다무네야키는 온리원 점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의 특수성과 브랜드의 보편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나의 온리원 케렌시아도 비슷한 조건이 성립되었다. 인천 영종도에서만 볼 수 있는 창가 너머의 풍경이 주는 지역의 특수성, 마음의 안식을 주는 장소 바다의 보편성 이 둘이 만나 나만 알고 싶은 공간을 발견한 것이다.


항상 나만의 개성 있는 패션과 공간 인테리어 등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나만의 다름을 찾고 싶고 경험하고 싶다.

나만 알고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을 찾으면 뿌듯한 것처럼,

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하나씩 만들어 놓으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네스트 호텔 객실에 따라 창가 너머의 뷰는 다르겠지만, 스치듯 경험해 본 그날의 경험은 꽤 여운이 길다.

또 다른 나만의 특별한 시선이 있는 곳 혹은 디테일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나만의 온리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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