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관심의 에너지
선배, 선배는 뭐가 이렇게 잘 어울려요?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날 끼고 간 세 번째 손가락의 볼드한 반지 하나 가지고 후배가 호들갑을 떤다.
엔지니어 출신의 후배는 공장에 이런 번쩍이는 걸 하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인지 선배를 보면서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게 너무 부럽다고,
"세상 별게 다 부럽다, 너도 하고 다녀, 비싼 것도 아니고 요즘 찾아보면 흔한 건데 뭐야, "
그렇게 말하면서 헤죽거리는 내 표정이 느껴진다.
사실 뭐 그리 대단한 칭찬도 아첨도 아닌 이 말에 기분이 좋아진 건,
다름 아닌 관심이라는 포인트에 있었던 듯싶다.
회사에선 서로 일하느라 바쁘거나, 서로 끌어내리기 위해 단점을 찾거나,
그걸 들키지 않기 위해 바둥거리거나, 이해관계에 얽매여 사실상 사람 자체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경쟁적으로 서로를 평가하고, 매출과 손익을 끌어내야 하는 회사 분위기상
그런 상황들은 사실 뭐 대단히 충격적이거나,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반복되는 이런 일상 들은 사람을 건조하고 비 감성적으로 변하게 하는 걸 알면서
이렇게 회사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심정도 참 우습고 힘들지만,
그렇기에 나의 통통한 손가락에 대한 관심 이라니,
별것도 아닌 에피소드에 잠깐 동안에 흐드러진 노란 아지랑이가 일렁인다.
결국 우리는 차가운 말로 상처를 받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치유로 돌아온다는 논리는
변하지 않는 듯하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된다는
시련의 그날, 너무도 듣기 싫었던 말은
지나 보니 이해가 됐던 것처럼
누구나 해줄 수 있는 위로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빼꼼 내밀어주는
귀여운 말들로 다시 위로를 찾곤 한다.
힘들어하는 이들을 만나면, 힘내라는 말보다,
작은 관심으로 그들의 힘듬을 환기시켜보는 게
더 좋은 파이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따뜻한 관심과 진정 어린 말들이어야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