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했다고 자책 말자!
회사를 즐겁게 다닐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할 것이다.
월급날을 제외하고 언제가 가장 즐거운가 생각해보니, 동료들과 업무 외적인 대화가 너무 즐겨 웠었다.
전혀 관심사가 다른 이들이 하는 말속에는 활력이 넘쳤고 업무로 만났던 이들에 대한 색안경이 벗겨지며,
또 다른 이야기가 넘쳐났었다. 좀 더 진지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보고자 사내 독서토록동호회를 만들었다.
7명 정원보다 많은 이들이 참여하면서 다양한 책 선정과 견해들로 토론이 끝나고 나면 항상 출렁이는 지적 담화들로 취해있었다. 이는 강력한 유대감과 함께 업무에도 긍정적이었다. 각기 다른 부서의 동료들로 업무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눠주고 해결법도 알려주며 아름다운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쇼팬하우어의 “사랑은 없다”의 책을 인생 책으로 꼽던 한 회원은 이제 진실된 사랑을 나누며
누구보다 행복하게 변화되어가는 과정도 보게 되었고, 포마드 스타일로 앞머리를 곱게 넘기고 오던 동료는 자기 개발서 위주의 책을 선정해오며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시티 보이에서, 연말 문학의 밤 행사에서 본인이 지은 시 낭송을 열정적으로 하는 문학소년이 되어 있었다.
한 번은 아프리카 난민 관련 책을 읽다가 정치적인 문제로 전쟁과 가난 배고픔을 을 겪어야 하는
아프리카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정치적 굴레에 대한 이야기와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던 중,
아프리카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요 라며, 눈물을 글썽이던 동료를 보면서,
같은 주제로 서로 다름을 이야기하는 시각차에 대한 다양함이 너무 흥미로웠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활력 넘치는 회사생활이 가능했고, 이를 지속적으로 끌어가고자 회사를 다니는 동안 조직 내에서 할 수 있는 꼭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회사인의 로망 실현을 위한 나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퇴사 전 위시리스트 만들기!
적어도 이 리스트를 지워나가며 회사생활을 즐겁게 이어나갈 수 있진 않을까?라는 생각에 재미로 적어나갔지만, 왜 이게 하고 싶은 거지? 되려 반문하고 질문을 거듭하다 보니, 내가 회사 내에서 이루고 싶은 건 무엇이고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성도 찾을 수 있었다.
퇴사 전 위시리스트 작성을 위한 나만의 필요조건
1. 회사의 네임벨류를 잘 활용할 것
2.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
*딱 두 가지의 조건 모두를 충족시키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하나는 꼭 필요조건으로 설정했다.
[Wishlist 1] GD와 제품 개발 컬래버레이션 작업
바닥 타일 디자이너로써 개발 작업을 하고 있던 나는 발을 바닥에 디딜 때마다. 런웨이를 걷는듯한 당당함과 주인공으로써의 프라이드가 느껴지는 바닥재를 개발하고 싶었다.
주요 타깃은 지루한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고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는 유형으로 많은 경험을 통해 항상 새로운 자극에 노출에 익숙한 인물로 그들이 자주 가는 프라이빗 형 라운지 혹은 쇼룸으로 정했으며, 여기에 맞는 페르소나로는 지드레곤이 적합하다고 생각을 했다. 주요 경쟁사들은 매스 타깃으로 기획되는 일반적인 우드 패턴과 스톤 패턴 일색에서 차별화되는 포인트로도 어필도 가능할 뿐 아니라, 자사의 개성 있는 시그니처 제품으로도 많은 눈길을 끌 수 있을 거라 생각되었다. 너무 작위적으로 페르소나를 설정한 것이라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철저하게 빅데이터를 통한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한 설정이었다.
물론 많은 고객들이 아닌 점차 늘고 있는 고객들의 니즈임을 반영했을 때 현저하게 그 시장이 폭발적으로 크지 않지만 분명 남들과 다름으로 나를 꾸미고 공간을 누리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고 있음은 분명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가치 있는 것에 투자하고 희소성에 그 어느 때 보다 열광하는 이 시기에 심지어 인테리어 관심도 또한 증폭되고 있지 않은가! 누가 봐도 지드레곤과의 협업이 절실하다 생각되었다. 팬심과 커리어 욕심 모든 걸 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심지어 이 기획을 할 때에는 지드레곤이 군에 있을 때라 섭외비 또한 활동할 때에 비해 합리적일 거라는 추측으로 한껏 들떠서 브리핑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한 빅데이터 결괏값과 올해 개발 예산 그리고 이 일을 진행해야 하는 당위성까지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뱉어낼 준비가 된 어느 날, 사업부장님과 점심식사를 할 기회가 생겼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 이라며 자연스러운 식사 자리와 함께 이번 타일 개발계획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분위기도 좋고 준비한 대로만 말씀드리면 이건 성공이었다.
역시 긍정적인 분위기 말미에 "상무님, 그래서 저희 지드래곤과의 협업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내가 기다리면 혹은 예상하던 시나리오는 "그래 한번 알아봐 봐-" 혹은 고려해봐 " 정도였다.
만약 비용 관련 브레이크를 거신다면 컬래버레이션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홍보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득할 참이었다. 하지만 상무님의 대답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 지디가 누군데?"... 가수이자 아티스트입니다.
시대의 아이콘으로도 불리며 당당하고, 혁신적인 이미지로 팬층이 두텁습니다.라고 팬심을 조금 넣어 담백하게 말씀드렸다. 상무님은 가만히 들으시더니.. 가수이고 당당하고 팬층이 두터운 " 인순이"는 어때?
...!!??. 갑자기 분위기 서로의 팬심 확인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순간 내 진지했던 브리핑은 가벼운 스몰토크로 바뀌었고, 그 뒤로 팀장님과 영업사업부장님들께도 말씀드렸지만 모두가 나의 진지함의 무게추를 확 빼버렸고, 나 또한 그렇게 맥이 빠졌다.
그다음 해 제품 개발 예산은 실적 대비 절반으로 줄여 책정되었고, 지드래곤은 샤넬쇼장에서 화려하게 웃고 있었다. 나의 위시리스트를 향한 첫 번째 시도 생각보다 허무했지만 지드레곤과 이이디어 회의를 한다는 상상만으로 준비했던 과정들이 너무 즐거웠었다.
[Wishlist 2] 레드닷 수상 후 디자이너 파티 참가
퇴사를 하게 되면 적어도 경력한 줄 외에 타이틀 하나를 가지고 나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던 중 공모전 수상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제품 개발회의 할 때 사회적인 메시지와 친환경이슈 제품을 기획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게 나온 제품이 멸종위기 동물보호를 알리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의 가죽 패턴의 타일 개발과 한 가지의 타일 디자인으로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한 보더리스 타일 개발을 개발하였다. 수상은 아쉽게도 되지 않았다.
메시지를 담기엔 충분했지만 수상한 작품들을 봤을 땐 소재의 활용이나 제품 개발에 있어 기능적인 부분이 함께 개발됨을 볼 수 있었다. 그때 당시 디자이너들과 영업사원들과의 개발회의가 주로 이루어졌었는데 큰 충격을 받고 그 뒤로는 엔지니어 분들과 함께 기획회의를 진행하게 되면서 좀 더 제품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졌다.
[Wishlist 3] 인테리어 관련 포럼 발표
ㄹ타일 디자인 개발을 6년여간 진행했지만, 그 뒤로 10년간 인테리어 트렌드를 분석하고 앞으로 다가올 디자인 트렌드를 예측하는 업무를 진행했었다.
분석한 내용들을 개발 디자이너들과 각 사업부 직원들에게 발표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내 트렌드 교육 담당일을 하게 되었다. 또한 디자인 서비스의 일환으로 협력업체 디자이너들에게도 다음 해의 개발계획을 세우기 전 연말에 일 년에 한 번 트렌드 발표하는 트렌드 세미나를 열게 되다 보니 발표하는 일이 생각보다 굉장히 잘 맞는 업무였다.
내가 분석한 트렌드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발표를 하면서 뿌듯함과 동시에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내가 많은 이들 앞에서 느끼는 감정이 떨림보다는 설레고 벅참이라는 긍정적인 기운이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좀 더 큰 무대를 꿈꾸게 되었다. 회사와 연관된 발표에서 더 나아가 인테리어 관련 종사자 혹은 인테리어 관심자들에게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었다. 협력사들을 위해 마련했던 트렌드 세미나에 참석자 분들 중에 내용이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를 인테리어 매거진 기자들과 이야기하면서 " 홈 테이블 앤 데코" 강연자로 요청이 들어왔다. 그 뒤로 관련 포럼에 요청이 이어지면서 경력한 줄 외에 포럼 참석자가 아닌 강연자로서의 타이틀을 추가할 수 있었다.
[Wishlist 4] 출장 가서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업무보기
트렌드 업무를 맡게 된 뒤로 한 해에 1~2번의 해외 출장 기회가 생기곤 했다.
해외 출장은 일을 하러 감에도 항상 설레곤 했다. 첫 출장부터 마지막 해외출장까지 항상 캐리어에 필수 아이템은 수영복이었다. 대학생 때 나의 미래를 그려보곤 했었는데, 그 미래 속에서 나는 항상 해외 출장을 바쁘게 다니며 업무 시작 전 아침 수영과 조깅 등으로 업무를 준비하고 펜슬 스커트를 입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업무를 완벽 수행하는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었다. 그 미래 모습으로 풍덩 빠지기 위한 내 준비 품목이었다.
언제나 항상 현실은 기획과 많이 달랐다.
나의 해외출장에는 선배님들과 2인 1실로 배정을 받았었고, 호텔 선정 또한 저렴한 비즈니스 호텔로 선정되었다. 한마디로 수영장이 대부분이 없는 호텔이었고, 몇 번의 출장으로 인해 가끔 행사 일정 등으로 숙소가 갑자기 바뀌는 경우가 있어 만약을 위해 항상 수영복을 가지고 다녔다.
하지만 10번이 넘는 해외출장에서 수영장 있는 호텔은 단 한 곳도 없었으며, 헬스장이 포함된 숙소는 수리 중이었거나. 시차로 인해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침 먹기 전 주변을 산책하곤 했는데, 함께 동행했던 룸메이트 분께서 항상 동행을 원하셨어서 십수 년 전에 그렸던 그 그림이 그려지진 못했지만, 조식 먹고 식후 산책을 하겠다며 겨우 메이트를 따돌리고 사색과 함께 빠른 워킹으로 과거의 나에게 이지를 전송하였다. 대체된 영상에 다소 당황스럽겠지만, 그땐 해외출장 한번 가는데 수많은 허들과 경우의 수가 있는 것을 가늠할 수 없었을 테니 당연했다.
4가지의 굵직한 나의 위시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며, 이룬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이 더 많기에 아쉽다기보다는 리스트를 이루기 위한 과정들에 세 즐겁게 일할 수가 있었다. 결과 중심적인 조직에서 일을 하며 과정의 즐거움을 느낀다 것이 사실 흔치 않은 경우지만, 이 또한 누가 시킨 것이 아닌 내 주도하게 철저하게 계획된
것들이기에 의미 있게 다가웠다. 처음에는 하나둘씩 위시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지 못하는 애닳음에서, 리스트 달성을 위해 움직이는 나의 능동적인 모습들은 회사차원에서는 굉장히 주도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지나 보면 이룬 게 반도 안되지만 그 과정들에서 나의 업무적 진취성을 인정받아 새로운 업무에 배치되고 담당을 맡으면서, 결국 내가 원했던 회사를 즐겁게 다닐 수 있는 목표에 어느 정도 가깝게 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