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와 브런치 초보이지만 요즘 인터넷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데 고파있고 주린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이다. 오래전부터 일기 쓰는 걸 즐긴 내가 독특한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 하는구나.
막상 학교에서는 쉬운 생활글 쓰기조차 부담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은데, 어떻게 보면 그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익명성이 담보되지 않아서이거나, 현실의 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익명의 공간, 현실과는 다른 종류의 타인이 있는 공간은 어쩌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기 위해 딱 적절한 곳이다. 기록은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또, 내성적인 사람이 더 할진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고 산다. 바쁘게 살아가기도 하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많지가 않기 때문이다.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들어주는 사람은 잘 없다. 그러니 못다 한 이야기들을 글로 쓴다.
"내 이야기 좀 들어줄래요?" 하는 이야기들이 참 많다.
2. 그렇지만 외로운 글들
그런데 문득, 외로워 보이는 글들이 참 많다고 느꼈다.
경청하는 사람이 부족한 건, 현실에서 뿐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읽은 구절에서 본 것처럼,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 쓸 수밖에 없는 '필연성' 때문에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읽히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글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단 한 명이라도, 읽어주는 누군가를 기대하고 쓰는 글이 아닐까? 그런데 들어주지 않는 글들이 많다. 듣기보다는 말하고 싶은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신기한 건,
"내 이야기 들어줄래요? 그런데 나는 남 얘기에는 관심 없어요" 하는 글들도 굉장히 많다고 느꼈다.
간혹 일상 블로거인 걸 확인하고 서로이웃을 수락한 뒤, 그분의 글을 읽고 댓글을 몇 번 남겨도, 내 글은 안 읽는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의 포스팅 올리기에만 관심 있는 분들도 있어서 궁금해졌다. 포스팅 올리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이런 분들은 왜 이웃 수를 늘리려 하는 것일까.
3. 성장이란 뭘까? 퍼스널브랜딩화의 목적은?
솔직히 요즘처럼 '성장'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진 적이 없는 거 같다. 이젠 '성장'이라는 단어가 내게 이중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성장'이라는 단어는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언제부턴가 공교육에서 이 '성장'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더 많이 쓰이기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퍼스널 브랜딩화'도 마찬가지인데, 예술교육이나 언어교육 등을 통해 자신을 브랜딩화 한다는 이야기도 언제부턴가 유독 많이 등장했었다. 특히 많은 인문교육, 미술교육 등에서는 퍼스널브랜딩화 하는 수업을 많이 진행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이 이야기가 참 멋지게 들렸고, 결국은 아이들을 그런 사람으로 교육시키고 성장시켜야 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단어들을 공교육이 아닌 sns 공간에서 많이 보게 되면서 일종의 새마을 운동의 구호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뭐랄까 영혼 없는 구호.
블로그를 키우거나 브랜딩화 하겠다는 이야기는 결국엔 수익화로 이어지게 만들거나, 자기 PR을 해서 유명해지겠다는 목적이 많을 것이다. 이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돈이나 인정에 대한 욕구가 앞서서 '내 이야기만 할게. 넌 듣기만 해'라는 태도의 글이 참 많아진 느낌이 들었다.
내 이야기만 하는 퍼스널브랜딩화가 '성장'일까? 성장이란 뭘까?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를 통한 '성장'이 다르게 쓰일 때가 많아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4. 말하는 사람만 많은 시대에서 내 글이 읽힌다는 건
나도 사람들에게 안 읽히길 바라고 글을 쓴 적도 있긴 하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 발행되는 글이, '지금'이 아닌, '나중'에 읽히기를 원할 때가 있었다. 또 블로그 이웃들에게 내 글이 동시간대에 발행되지 않고, '랜덤 시간'으로 발행되거나, 아예 새 글 '알림 없이' 발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 기능은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고 쓴 내 글도,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읽히길 원하고 쓴 글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 글을 읽어주는 분들, 흔적을 남겨준 분들이 고맙다는 생각이 요즘 더 자주 든다.
특히나 책을 읽고 난 뒤 쓴 독후감은 상대적으로 조회수가 낮은데, 이런 글을 읽어주신 분은 더 고마운 마음이 든다.
듣는 사람은 잘 없고, 또 읽는 사람도 잘 없는 시대에서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가 읽힌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많이 든다.
또 잘 쓴 글과, 잘 읽히는 글은 또 다르다는 생각 때문에, 글을 쓴다는 점이 그런 점에서 어렵다는 생각도 한다. 언젠가 교육청에서 받은 인터넷 베스트셀러 작가의 글은, 내 심미적 기준으론 잘 쓴 글은 아니었지만, 인기 글이긴 했다. 내 기준이 모든 사람의 기준은 아니겠지만, 잘 쓴 글과 잘 읽히는 글은 또 다르고 일치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