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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Jul 28. 2022

휴직과 싸움의 이유

MBTI 차이

 내가 휴직한 후에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붙어있으면 더 싸운다고 했는가? 다행히 나와 남편은 성향과 생각이 비슷하다. 서로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별로 싸우지 않는다. 그런데 부딪히는 부분이 하나 있으니 바로 '정리'다.


 이 차이는 MBTI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ESTP고 남편은 ESTJ다. P와 J의 차이가 남편과 나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나는 계획과 정리보다는 즉흥과 어지럽힘에 더 익숙하다. 반면 남편은 정리를 칼같이 하고 어지럽혀져 있는 것을 못 참는다.


 집안 청소를 하면서 남편이 자주 나한테 하는 말이 있다. "청소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이 행복을 나 혼자 누려서 미안해요." 농담조로 하는 말이지만, 깨끗해져 가는 집을 보면서 행복해하는 남편이 나는 너무 신기하다.


 남편의 '정리' 정신은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집안 정리, 회사 업무자료 정리, 냉장고 정리 등등. 이 중 남편과 자주 부딪히는 부분이 바로 냉장고 정리다. 냉장고는 요리를 하는 내 소관이기 때문에 내가 관리를 하는데 나는 정리를 잘 못한다.



 또 나는 냉장고에 음식이 있어도 다른 먹고 싶은 것이 생기면 시켜먹기도 하고 필요한 재료를 추가로 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먹지 못하고 썩히는 과일이나 반찬이 생기곤 한다. 이것을 남편은 극도로 싫어한다. 일단 냉장고에 있는 것을 먼저 다 먹고 부족하면 장을 보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남편의 생각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오늘 먹고 싶은 것 다르고 내일 먹고 싶은 것 다른 것을 어찌할까. 특히 휴직을 하고 나니 하루 삼시세끼 집에서 챙겨 먹는 날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냉장고는 더욱 그득해지고 썩히는 재료도 많아진다.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나도 방식을 바꿨다. 일단 냉장고와 냉동실에 있는 음식이 무엇인지 목록을 만들고, 이것들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요리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냉동 떡과 빵이 많아서 아침에는 과일주스와 떡구이, 샌드위치를 먹게 되었다. 점심에는 나물과 채소류 등을 해결하기 위해 나물 비빔밥이나 쌈밥을 먹는다.


 그동안 냉장고와 냉동실에 뭐가 있는지 대략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적어서 '가시화'시켜 놓는 것과 나 혼자 속으로 생각한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역시 가시화의 힘인가? 어쨌든 이렇게 하고 나서 썩히는 음식이 줄어들게 되었고 남편과의 싸움도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역시 결혼은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고 이를 위해서는 고민과 현명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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