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까지는 요리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 라면이나 계란 프라이 정도 해봤으려나? 집에서는 전업주부인 엄마가 매번 정성스럽게 요리를 해주셨고, 공부하러 고시촌에 갔을 때는 고시식당 아주머니께서 밥을 맛있게 지어주셨다. 회사에 다닐 때는 구내식당이나 배달로 배를 채우곤 했다.
그래서 결혼 후 나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집밥'이었다. 생전 쌀밥도 한 번 내손으로 안 안쳐봤는데, 그런데도 이상하게 요리에 묘한 자신감이 있었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먹방 유튜브를 자주 챙겨보는 덕에 요리에 대한 지식이 얕게나마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세 달은 정말 요리를 많이 했다. 찌개도 하고 고기볶음도 하고 심지어 엄마도 해본 적 없다던 식혜와 고구마 조청도 만들었으니 말 다한 것 같다.
그런데 세 달이 지나고부터 점점 요리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회사일도 바빠졌고 피로가 누적돼서 주말에는 푹 쉬고 싶었다. 결국 배달음식에 손이 가게 되었고 치킨, 피자, 떡볶이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요리와 멀어져 갔다.
그런데 휴직을 하니 시간이 많아졌다. 난임휴직이라 임신 준비도 해야 해서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시 집밥을 하기 시작했다.
건강한 음식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일단, 기본적으로 여러 나물이 들어간 '나물 비빔밥'을 해 먹기로 했다. 비빔밥만 먹으면 심심하니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소고기 뭇국 등 찌개, 국류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 된장찌개 정도는 레시피 없이도 뚝딱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야채와 단백질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볶음밥'을 여러 가지 레시피로 만들기 시작했다. 김치볶음밥, 멸치 볶음밥, 참치 볶음밥 등등 그때그때 있는 야채와 단백질을 활용해 만들고, 양념은 매콤하게 하기도 간장이나 소금을 쓰기도 했다.
가끔 자극적인 음식이 당겨서 라면을 먹기도 하고 배달음식을 먹기도 하지만, 역시나 집밥을 먹을 때가 제일 속이 편안하다.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집밥을 매일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엄마가 나를 위해 맨날 밥을 해주셨던 것을 생각하니 엄마한테 고마웠다.
혹자는 결혼하고 나서 엄마를 알게 되고 아이를 낳고 나서 엄마를 더 잘 알게 된다고 하더라. 휴직하고 삼시세끼 집밥을 해보면서 전업주부인 우리 엄마는 어떻게 평생을 우리를 위해 집밥을 해주셨던 건지 얼마나 몸이 고되고 힘드셨던 건지 문득문득 생각난다. 그럴 때마다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어리광을 피우곤 한다.
엄마는 영원한 엄마인 것 같다. 나도 곧 엄마가 될 텐데 내가 엄마만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엄마한테 전화하고 또 전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에게 엄마의 존재는 언제까지나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