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이 Jul 29. 2022

내 영혼을 적시는 옥수수 수프

Feat 시부모님

 누가 나에게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남편과 결혼한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남편도 좋지만 시부모님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 풍문으로 들은 고부간 갈등전쟁이 나에겐 없었다.


 아들 둘에 딸이 없었던 시부모님은 나를 진정으로 예뻐해 주셨고 마음으로 느껴졌다. 물론 친정부모님처럼 완전히 편한 것은 아니지만 감사할 만큼 나를 많이 사랑해 주신다.


 특히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했던가? 이를 몸소 느끼고 있다. 시아버지는 자영업을 하시는데 자영업장 근처에 취미로 텃밭을 가꾸신다. 출근하고 한두 시간 농사일(?)을 하시는 게 시아버님 하루의 시작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양파, 마늘, 고구마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고추, 토마토, 가지, 옥수수, 복숭아 심지어 닭도 몇 마리 들여 달걀까지 생산(?) 하신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무농약의 귀중한 천연 식재료들을 주기적으로 보내주신다.


 그렇다. 나는 복 받았다!


 이번에는 옥수수를 수확해서 보내주셨다. 옥수수를 보내주실 때마다 내가 해 먹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옥수수 수프다.


 예전에 어느 뷔페에 갔는데 수프가 너무너무 맛있었다. 브로콜리 수프와 단호박 수프였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수프와 달리 브로콜리와 단호박 맛이 굉장히 강했고 우유의 고소한 맛과 버터 향이 일품이었다. 그 수프를 먹은 후에 집에 와서 비슷한 걸 언젠가 내 손으로 만드리라 다짐했고, 그렇게 나의 수프 사랑이 시작되었다.


 옥수수는 아주 좋은 수프 재료다. 옥수수를 쪄서 알맹이를 발라내는 것으로 수프 만들기 대장정의 서막이 시작된다. 사실 알맹이만 발라내면 거의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힘든 작업인데, 이번에도 뜨거운 옥수수 알갱이를 엄지손가락으로 툭툭 발라내느라 엄지손가락이 얼얼하다.



 여기에 더해 시아버님이 보내주신 몸에 좋은 무농약 옥수수에는 자연스럽게 벌레가 많다. 복숭아든 옥수수든 애벌레가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그래서 옥수수 껍데기를 떼면서도 몇 마리의 크고 작은 애벌레를 영접했다.


 도시에서만 자란 나는 처음 채소에서 애벌레를 봤을 때 기겁을 하며 던져버렸지만, 결혼 후 만 3년 동안 벌레를 만난 나에게 이제 무서울 건 없다. 이제 애벌레가 조금은 귀여워(?) 보이기도 한다.


 다시 수프로 돌아와서 옥수수 알맹이를 다 발라내면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이고 양파를 갈색이 될 때까지 볶다가 옥수수 알맹이를 넣고 잠시 볶아준다. 그리고 볶은 양파, 옥수수와 우유를 믹서기에 넣고 갈아서 냄비에 넣고 끓이면 고소하고 달콤한 옥수수 수프가 된다.



 이 옥수수 수프를 먹을 때마다 무더운 여름날 옥수수를 수확하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을 시아버님이 생각난다.


 따끈한 옥수수 수프가 내 영혼을 시부모님의 사랑으로 적신다. 난 복 받았다!

  

    

작가의 이전글 휴직과 싸움의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