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하고 콘텐츠 가드닝 하자
새로운 도전, 강연 듣기!
휴직 후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요즘, 대학원을 통해 이메일로 오는 공지사항을 하나하나 유심히 들여다본다. 회사 다닐 때는 메일이 너무 많이 와서 불편했는데 요즘엔 하나하나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유무료 강연 소개가 많이 있는데, 이번에는 웬걸 흥미로운 강의가 있다.
'콘텐츠 가드닝'을 주제로 강의를 한다고 한다. 나는 유튜브와 브런치를 해보면서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고민하고 있고 남편은 블로그로 콘텐츠를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한 적이 있다. 콘텐츠 가드닝이라는 말이 한 번에 와닿진 않았지만 콘텐츠 관련 강연이어서 관심이 갔다.
남편한테 말하니 남편도 한번 같이 들어보자고 한다. 강연 수강 신청을 하고, 드디어 당일이다. 평일 저녁 차로 5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여서 마지막까지 갈지 말지 고민했다. 새로운 인풋과 일상의 전환점이 필요했기에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강연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강연장에 일찍 도착해서 앞자리를 맡았다.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니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였고 강연장은 거의 만석이 되었다. 드디어 강연자가 나와서 강연을 시작한다.
가장 궁금했던 '콘텐츠 가드닝'의 의미는 무엇을 만들 것인지 알 수 없을 때 필요한 창작법, 결과물을 처음에 완벽히 설계하지 않는 창작법, 창작자조차 자신의 의도를 명확히 모르고 시작하는 창작법, 창작의 후반부에서 구성이 뚜렷해지는 창작법이라고 한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남편과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브런치에서 작가 신청을 했을 때, 앞으로 쓸 글의 목차를 제출했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목차대로 써지지가 않았다. 굳이 그 목차로 내 글을 한정 짓지 않아도 되기에 과감히 목차는 버리고 휴직기간 동안 내가 한 일들, 드는 생각들 위주로 재미있게 글을 쓰고 있다.
초심자는 목차를 잡고 그대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힘들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가드닝과 비슷한데, 정원을 가꿀 때 씨를 심으면 몇 개나 싹을 틔울지 어느 방향으로 자랄지 전혀 예상이 안된다. 일단 씨를 심고 싹을 틔우면 그 상태에서 다듬고 더 자라면 또 다듬고 하는 것이 가드닝이고 초심자의 글쓰기와 유사하다.
처음부터 틀을 만들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다 보면 점차 틀이 짜이고 구성이 잡힌다. 그렇다! 처음부터 책을 쓰려는 장대한 목표를 가지고 목차를 잡기 시작하면 어려울뿐더러 목차를 잡은대로 글이 잘 써지지도 않는다. 설령 꾸역꾸역 쓰더라도 그게 좋은 글이 될까?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글을 써나가다 보면 서서히 방향이 잡히고 구성이 잡힌다.
인상 깊었던 말 중에 하나가 글의 소재보다는 '생산능력'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콘텐츠 과잉 시대에 우리가 선택한 소재는 이미 많이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내가 이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생산능력을 기른다면, 글 쓰는 근육이 생기고 나의 무기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전문가가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에서 콘텐츠가 모여 전문가가 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그에 대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여 읽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을 기록하라.
내가 나를 돕는 방식을 정제하면 서비스가 된다는 말도 인상 깊었다.
역시 강연 듣기, 책 읽기 같은 인풋은 새롭게 생각할 영감을 준다. 휴직 후 경험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바뀌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