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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Aug 02. 2022

제대로 하루를 보내는 방법

휴직과 나태증후군 극복기

 휴직하고 10일 정도는 하루하루의 일정을 만들어 가며 열심히 살았다. 어느 순간 회사에 다닐 때 보다 더 바빠진 나를 보면서 현타가 왔다. 그래서 많은 것을 놓아버리고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도록 놔뒀다.


 하루 종일 누워있기도 하고 넷플릭스도 보고 웹툰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킬링타임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렇게 2주가 지났다. 3일이면 진절머리를 치면서 뭐라도 할 만한 걸 찾을지 알았는데, 오만이었다. 2주가 물 흐르듯이 지나고 나니 노력하지 않으면 그냥 이대로 휴직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흘러가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월의 시작을 이렇게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서 다시 힘을 내어 시작해보기로 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나태하게 하루하루 보낸 일상과 단절하고 다시 활기찬 하루를 보내기 위한 전환점이 필요했다. 나는 그걸 아침에 카페 가기로 정했다.



 요즘 매일 아침 언니를 회사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에 온다. 이제 언니를 데려다주고 나는 근처 카페에 가서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카페에 있으면 생각도 하고 글도 쓰고 책도 읽고 공부가 잘되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카페에서 공부하던 것이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카페에 가면 공부가 유난히도 잘 된다.


 아침에 언니를 회사에 데려다주고 바로 카페에 가면 나의 알찬 하루 루틴화가 가능할 것 같다. 휴직을 해보니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것은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만 안 다니면 자기계발하며 열심히 살 수 있겠다던 생각은 정말 오만한 것이었다.


 회사를 안 다니니 아무런 강제력이 없다.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 수 있고 남편과 엄마 그 누구도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큰 무리 없이 살아온 것은 학교와 학원, 회사의 강제성 때문이었던 것 같다. 강제성이 없는 나는 한 없이 나태해졌고 놀랍게도 그 끝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나는 원래 알차게 사는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으니 장치를 마련하려고 한다.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이 일상의 루틴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약속이 생기거나 외부 일정이 생기면 하루 이틀 정도는 루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후에 다시 천천히 루틴으로 돌아오면 된다.


 스스로 하루 루틴 만들기는 수험생활 4년여를 거치면서 익숙해졌다. 계획을 세밀하게 세우지도 지키지도 않는 나의 성향을 고려할 때, 하루에 해야 할 일의 개수만 개략적으로 정하고 진도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때그때 컨디션에 맞게 할 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 맞다.


 이제 다시 8월을 시작하면서 매일 해야 할 것들을 추려보았다. 우선 8,000보 걷기, 브런치 쓰기, 재테크 공부 그리고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영어공부와 전공 공부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하는 것을 목표로 잡기로 했다. 글로 쓰니 머릿속에 어지러웠던 것들이 정리가 되었다.


 역시 이른 아침 카페에 온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각자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자극을 받아서 열심히 글을 쓰게 된다. 언니를 데려다주고 카페 또는 도서관을 하루 루틴의 시작으로 잡아야겠다. 오늘따라 하늘이 유난히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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