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을 하고 나면 저절로 건강해질 줄 알았다. 휴직을 하면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건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물론 휴직을 하니 일을 하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줄어든 건 있다. 하지만 휴직을 하니 몸을 움직일 이유가 없어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휴직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책상이나 소파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회사 의자에 앉아 있을 때는 긴장을 하다 보니 의식적으로 몸을 바로 세우고 일을 하곤 했다. 그런데 집에 있는 의자, 소파에 앉다 보면 긴장이 풀려서 오히려 자세가 망가진다. 안 좋은 자세로 앉아있다 보니 목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다.
휴직 후 한 달 동안 건강을 위해 스트레칭을 했다. 그런데도 안 좋은 자세로 앉고 누워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여기저기가 쑤시고 뭉쳤다. 그래서 요가를 해볼까 자세교정 프로그램을 들을까 생각하던 찰나, 알렉산더 테크닉을 알게 되었다.
알렉산더 하면 예전에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어딘가에서 대제국을 세운 왕인 것만 생각이 나는데 알렉산더 테크닉이 대체 무엇인가. '요가 같은 건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미신 같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무엇인지 찾아봤다.
스스로가 일상에서 자기 자신을 조절하는 방법, 움직이고 숨 쉬고 말하고 생각하며 반응하는 방법을 재교육하는 것이라고 한다. 흥미가 갔다.
나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잘하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글자 쓰기와 걷기가 있다. 글자가 어떻게 생긴지만 배웠을 뿐 글자를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다. 걸음걸이도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나는 굉장히 악필이고 걸음걸이도 특이해서 주변에서 멀리서 보고도 나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글자 쓰기와 걷기를 배우고 싶었다. 글자 쓰기는 고시촌에서 배웠다. 2차 시험이 논술인데, 채점자가 어떤 글씨인지 알아볼 수 없으면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마이너스가 된다. 그래서 고시 시험을 위해 빠르게 만년필로 글자를 쓰는 방법을 배웠다.
글자 획을 긋는 순서도 바꾸고 손에 펜을 쥐는 방법도 바꾸고 손에 힘도 뺐다. 이렇게 한번 배워놓으니 2시간 동안 답안지를 쓰다가 손목이 아파 병원에 가는 일도 없어지고 글자도 훨씬 크고 읽기 편해졌으며 글을 쓰는 속도도 빨라졌다. 2개월가량 배운 글자 쓰기가 나의 시험 합격에도 영향을 주었으리라 확신한다.
걷는 것도 언젠가 배워보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렉산더 테크닉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일주일에 1번씩 총 5주 동안 진행한다고 하여 얼른 신청했다. 내 특이한 걸음걸이로 인해 무릎관절이 약한 것과 다리 모양이 곧지 않은 것을 고칠 수 있을까?
온라인 강의 첫 시간이다. 첫 수업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것만 배웠는데 서기, 앉기, 걷기, 누워서 휴식 취하기를 했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걸어라 어떤 식으로 앉으라고 말하면서 자세를 교정해주지 않았다. 내가 지금 어떻게 걷고 있는지 어떻게 앉아있는지 의식을 해보라고 했다. 직접적인 자세교정이 아닌 간접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내가 서있는 두 발바닥을 느껴보고 머리끝 맨 위를 느끼고 몸의 중심을 느끼고 그 외의 공간을 느끼는 연습을 했다.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연습을 해보라고 한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 자세는 이렇게 잡아야 한다. 글씨는 이렇게 써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내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의식해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활동하고 휴식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을 알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의 수업이 기대된다. 총 5주의 수업이 끝나고 나의 걸음걸이가 한결 편안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