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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중 Aug 17. 2020

생각하며 내뱉기

연습이 필요한 것

     그 사람이 의도적으로 나를 상처주려 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처를 받았다. 그 사람이 던진 끈적하고 끈끈한 그 덩어리가 내 마음에 쩍 하니 들러붙어 하루 종일 마음을 얼룩지게 만들었다. 말을 하는 사람의 의도가 어찌 되었건 간에 말은 빠르게 쏜살같이 달려 나가 다른 이의 마음에 철썩하고 들러붙는다.   


     몇 날 며칠의 속앓이 끝에 내가 조금 상처를 받은 것 같다고 말을 했다. 그 사람은 내가 그렇게 받아들여서,내가 오해해서, 내 맘대로 해석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더 상처를 받았다. 절대로 상처주려 한 말이 아니었다는 그건 정말 오해였다는. 최선을 다해서 이해시키려는 적극적인 그 사람의 태도에 내 상한 마음이 조금은 괜찮아진 거 같다고 말했다. 이해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진심은 아니었다. 내가 속이 좁은 걸까 아님 화가 나도 마땅했던 건가 를 한동안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 말도 일리가 있다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밀고 들어온다. 말은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대로 해석되고 평가되기도 하기도 하니까. 가끔은 전혀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흐르기도 하고.


     말 이 네발 달린 이히히힝 하는 말(馬)도 아닌데 가끔 제멋대로 질주하는 미친 말(馬)이 되기도 하고 아무리 좋은 말(馬)이라고 해도 늘 잘 달리는 것도 아닐 테고.그래도 조금은 더 신중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 찜찜함을 남겼을 수도 있다는 생각, 내가 하는 말이 잘못 해석되고 오해되어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분명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본의 아니게 나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은  '나 상처 받았어'라고 진실을 말하지 못했을 거다.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상처 받은 채로  속이 상한 채로 그렇게 흘러가게 둬야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테고. 설령 솔직한 마음을 섣불리 말했다가는 오히려 철없는 사람이나 사회성 부족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는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다. 반대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입장에서는  '그건 오해야. 그런 뜻으로, 널 상처 주려고 한 얘기가 아니었어'라는 변명을  할 수 없이 지나가는 경우도 다반사일 거다. 내가 누군가를  오해를 하게 만들고 불편하게 했을 수도 있겠다는 걸 애초에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다수일 테고.


      혹시나 내가 한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말을 하는 게 더욱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원하는 말만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내가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초능력 소년 잘생긴 박수하도 아니고. 저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은 딱 맞춰서 어찌해주겠는가...라는 애꿎은 자기변명이라는 걸 해보아도... 변명은 어쨋던 찔리는 사람이 하는 거니까. 나는 그 순간 찔린 거고 그건  뭔가 잘못을 했다는 거다. 나도 분명 누군가에 상처를 줬을 거라는 찔림 말이다.  어느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처럼 나도 누군가에는 미친년일 수 있다는 게... 그 말이 마음 한구석을 쿡 하고 찌른다.


     언젠가  숨쉬기를 배운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숨을 쉬는 법이다. 숨을 쉬는 법이라니 이게 뭔 헛소리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이다. 마음의 위로가 필요해 찾아간 심리상담사는 내게 숨쉬기 법을  제일 먼저 제안했다. 숨을 잘 쉬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내가 스스로 어느 정도 어루만질 수 있게 된다는 거다. 마음수련의 힘을 가지는 게 되는 거다. 내가 배운 숨쉬기 법은 상자 숨쉬기 법이라고 하는 건데 ( Box breathing technique: 명상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마인풀니스 즉 마음 챙김 수련법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4) 4초 동안 숨을 들이마시고  4 초 동안 참아냈다가 4 초 동안 숨을 내뱉고 또 4초 동안 참아내는 거다. 그리고 그걸 4 분 동안 반복하는 거다 익숙해지면 필요한 만큼 늘려나가기도 하고 말이다. A4 용지에 네모난 작은 상자를 그려놓고 상자의 네 귀퉁이를 따라가며 연습하면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다고 해서 상자 숨쉬기라고 불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숨을 마실 때와 내쉴때 코만을 통해 숨을 쉬어야 하고 오롯이 숨쉬기에만 집중을 해야 한다는 거다.


     숨쉬기라. 태어나는 순간 하물며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쉬어왔던 숨인데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 숨쉬기라고 생각했는데 , 하물며 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 초자도 망각할 정도 그다지 의미 있는 일이 아니었는데... 막상 숨쉬기를 배우고 연습하고  거기에 집중을 하려니 이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숨 쉬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가만히 숨쉬기 연습을 하고 있노라니 갑자기 숨이 막혀온다. 머리가 핑 돈다. 평소에 자각하지도 못했던 숨쉬기가  이렇게 어려운 거라니. 이렇게 어려운 일을 우리는 매일 하고 있다니.이렇게 어려운 일은 우리는 맨날 해내고 있었다니.신기하게도 이렇게 숨쉬기 연습을 하다 보니 실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든다. 물론 심리적인 영향 플라시보 효과가 작용했겠지만 숨쉬기 연습은 분명 마음 챙김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 내가 숨을 쉬고 있구나 내가 살아 있구나'라는 걸 느끼게 하니까. 적어도 이 4분 정도라는 시간 동안은 말이다.


     그러고 보면 말도 숨쉬기 연습처럼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초 생각하고 4초 쉬었다가 짧게 말하는 거다. 물론 숨쉬기 연습처럼 4,4,4 가 되지는 않겠지만.말을 하기 전에 잠깐  멈추어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는 습관과  후~하고 짧게 내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을 연습하다 보면.내가 숨을 쉬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처럼  말하기도 인식하게 되지 않을까. 물론 처음 연습할 때의 숨 막힘 같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것도 몇 번 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을 인식하고 잠깐 멈추어 생각하고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조금 더 신중하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 테고.


     현실적으로 늘 가능한게 아닐수도 있다. 말할 때마다 매번 이렇게 심사숙고를 해야 한다면 말도 하기 전에 속이 터져 죽을 수도 있다. 몇 명의 아니면 여럿의 운좋은(?) 예를 들자면 이것저것 잴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다 이해해주고받아주는, 설령 상처를 줘도 그 상처를 유머로 승화 시키는 경지에 까지 이른 그런 관계의 운 좋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생각하고 내뱉기가 쓸모없을 수도 있다.운이 좋아라고 여러 번 강조하는 이유는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도 좋은 운이 작용해야 한다는 어느 정도의 믿음이 있어서다. 안타깝게도 그런 운이 없는 나로서는 생각하고 내뱉기가 아직까진 필요한 듯싶다.


     물론 내가 한 이야기를 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나는 모른다. 신중하고 신중하게 건넨 이야기가 다르게 해석되어 전달될 수 있는 것까지 막을 수도 없다. 그래도...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의 노력을 하면 적어도 누군가에 상처를  줄 수 있는 그런 생각 없이 내뱉기의 확률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나는 말을 한다. 그리고 말은 누구나 한다. ( 신체적 정신적인 이유로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 하지만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지는 않았다. 숨을 쉬고 눈을 깜빡이고 먹고 싸고 하는 것처럼 말도 그랬다. 말을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게 좋은 핑계가 됐다. 그래서 너무 쉽게 다른 이에게 생채기를 낸다. ' 몰라 안 배워서 그래'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좋은 변명거리가 있었으니까. 과연 나는 그리고 당신은 언제까지 이런 변명으로 서로를 보호하고 이해해 달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제는 그런 핑계는 그만 대고 필요하다면 배워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숨쉬기 연습법을 통해 마음을 단련시키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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