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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Jan 21. 2022

050 수능에서 밀려 썼다고 인생이 실패일까?

이제 내가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 너에게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게 하리라 모세가 하나님께 아뢰되 내가 누구이기에 바로에게 가며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리이까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출애굽기 3:10-12)


1540년 10월 장 칼뱅은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과거 그가 목회했던 제네바의 시의회에서 보낸 편지인데, 제네바가 칼뱅이 떠난 이후 점점 더 부패해가고 있으니, 와서 도시를 바로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칼뱅은 망설였다. 제네바는 그에게 쓰라린 실패를 안겨준 도시였기 때문이다. 


4년 전 칼뱅은 제네바에서 첫 번째 사역을 시작했었다. 그러나 제네바 시민들은 칼뱅이 제시한 기독교적 규범을 거부했고 칼뱅은 사역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제네바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실패를 경험했던 도시로의 귀환을 두고 칼뱅은 오랫동안 기도했다.


결국 제네바에서의 사역이 하나님의 뜻임을 깨달은 칼뱅은 제네바로 향했다. 

이후 그곳에서 25년간 목회하며 제네바를 종교개혁의 중심지로 변모시켰다. 

오늘 말씀에서 하나님은 모세를 부르셨다. 40년 전 모세에게 실패를 안겼던 애굽으로 돌아가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라는 부르심이었다. 모세는 주저했다. 노쇠한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을 잃었고 과거의 상처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세는 결국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해서 이스라엘의 출애굽을 이끌었다. 


실패의 기억은 우리를 주저하게 한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 때문에 성취를 위한 전진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오늘 하나님과 함께 전진의 발걸음으로 내딛자.


<감사 QT 365> 중에서



하나님의 기도 응답에는 세가지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새벽 예배 말씀에서 기도 응답은 네 가지가 있고, 반드시 응답하신다고 하셨다.


Yes. 즉시 응답하신다

No. 아니야. 응답해줄 수 없어.

Wait. 가장 좋은 때에 줄 테니 기다려.

Alternative. 좋은 것으로 바꿔줄게. 


좋은 것은 좋으니까 주시고

안 좋은 건 안 좋아서 안 주시고

때가 아니니까 좋은 때에 주시겠다는 약속한 것이며

더 좋은 것으로 바꾸어서 안겨주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도는 반드시 응답이라는 것!!

우리가 부르짖고 기도 한 것은 하나님이 기억하시고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것으로 주신다는 것을 잊지 말고, 어떤 상황에서도 무릎으로 기도해서 승부를 보라고 하셨다.


사람마다 실패의 기억들이 있을 텐데. 가장 기억나는 첫 번째 실패는 대학입시였다.

재수까지 했는데, 젠장... 마지막 수능 영어시험에서 종 치기 10분을 두고 답안지를 바꿨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 때문에 잘못 마킹해서 또 바꾸고. 또 바꾸고. 종이 칠 때 마킹은 겨우 마무리지었으나,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다는 부푼 꿈은 성적표를 보고 산산이 부서졌다. 밀려 썼던 거다.

뒷바라지해준 엄마 아빠에게 제일 미안했고,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에게 우쭐대며 떠벌렸던 것들이 너무 쪽팔려서, 삐삐도 꺼놓고 영등포역에서 부산 가는 열차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확실한 잠적을 계획했는데....

네 살 많은 사촌언니에게 영등포역에서 잡혔다.  


"너 이럴 줄 알았어! 배고픈데 밥이나 먹자"

 

창밖엔 눈이 펑펑 오고, 사촌언니는 미스터피자를 사줬다. 비싸서 못 먹었던 피자 한 판을 혼자서 눈물 콧물 흘리며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언니도 노량진 대 O학원에서 재수를 했고, 그 해에도 원하는 대학을 못 가서 또 시험 봐서 결국 갔잖아. 여러 번 도전해서 얻은 성공만이 진짜인 거야. 정신 똑바로 차려! ' 


라는 뉘앙스로 혼났던 것이 기억난다.

얼마 전에 찐친인 재수 때 친구들을 만났다. 


"너 영어 답안지 밀려 써서 우리랑 연락도 끊었잖아. 우리보다 시험 못 본 애가 서강대 미친척하고 넣었다가 미달돼서 들어간 것 때문에 억울해했던 거 기억나?" 


기억난다. 그 말에 다들 웃었다. 사실 대학이 뭐라고 그렇게 목숨을 걸었나 싶다.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하면서, 겨우 이력서에 한 줄 들어가는데 말이다. 

지나고 보니 대학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력이 중요한 세상인데...

좋아서 하는 놈, 잠 안 자고 하는 놈, 거기에 DNA까지 타고 난 놈은 

대학이 뭐가 중요한가? 안 나와도 상관없다. 갈고 닦은 재능은 못 따라간다.


요즘 고3 딸이 20년여 전에 내가 다녔던 노량진 대0학원의 윈터스쿨에 다니고 있다. 

겨울방학에 침대에서 뒹굴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러 갔는데... 

옛 생각이 나서 기분이 참 묘했다. 

 

"대학을 당장 안가도 돼. 억지로 공부하지 말고, 왜 공부해야 하는지만 깨달으면 된다는 게 엄마 생각이야! "


라며 다독여서 보냈는데...

웬걸... 아침마다 외모를 단정하게 꾸미고, 새벽 6시 50분에 지하철을 타고 학원으로 향하는 딸이 너무 기특했다. 여고를 다녀서 남학생들이랑 같은 교실에서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 부담된다는 것이 이유다. 

새벽부터 준비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기특하면서도, 어찌됐는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는 것을 믿고 싶다. 



인생에 실패는 없다.

내가 계획한 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패라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의 뜻 안에선 더 좋은 것으로 바꿔주시려는 것임을 믿어야 한다. 


엄마가 VRE 때문에 10개월 동안 격리되어 생사를 헤매실 때는 엄마의 인생도 나의 삶도 참 실패 같았다. 

왜 이런 시련을 우리에게 주실까...

하지만 격리에서 해제가 되었을 때의 그 기쁨과

이젠 영상통화가 아니라 대학병원 로비에서 매일 30-40분씩 손을 잡고 얼굴을 비빌 수 있는 이 감격은...
또 다른 행복의 시작이다.


더 좋은 것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리고 어떤 행복이 올지... 큰 믿음으로 기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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