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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Jan 25. 2022

054 엄마의 말씀 수첩

예수께서 그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이에 일어서니라 집에 들어가시매 제자들이 조용히 묻자오되 우리는 어찌하여 능히 그 귀신을 쫓아내지 못하였나이까 이르시되 기도 외에 다른 것으로는 이런 종류가 나갈 수 없느니라 하시니라(막 9:27-29)


'고아들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 뮬러 목사님은 5만 번 이상 기도응답을 받은 분으로 유명하다.

그는 20세 때 신학대학에 입학한 후 친구의 집에서 열린 기도 모임에서 하나님의 강력한 임재를 체험하였고, 이후부터 오직 기도로 사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는 영국 브리스톨 애슐리 다운에 고아원을 세우고 93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15만 명의 고아들을 돌보았는데, 이 일을 하는 동안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오직 기도를 통해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받았다고 한다.

기도 응답의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다음과 같이 권면했다.


"끝까지 기도를 계속할 뿐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해주시리라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귀신 들린 아이를 고치지 못한 제자들에게


"기도 외에 다른 것으로는 이런 종류가 나갈 수 없느니라"


라고 말씀하시며 모든 문제는 기도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가르쳐 주셨다.

기도는 능력이다.

믿음의 기도는 하나님의 놀라운 응답의 역사를 불러온다.

그렇기에 기도할 때 문제가 해결되고 우리의 필요도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리자.  


<감사 QT 365> 중에서


영화 <어바웃 타임>처럼 옷장 안에 들어가서... 어느 한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2021년 1월 25일 오전 8시 05분...

작년의 오늘로 돌아가고 싶다.

이상하게 아침 조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려는데, 엄마가 보고 싶은 거라...

샤워하고 가야지 했는데, 집안일 이것저것 하느라 9시가 넘어버렸고...

아빠의 틀니 치료를 위해 10시에 아빠와 약속을 했기 때문에, 맞춰서 엄마 집에 간 것이... 그 사달이 난 것이다. 내가 일찍 엄마한테 가 봤으면 어땠을까?

일 년의 시간이 쭈욱 흘러가면서.... 예기치 않은 거친 풍랑을 예방할 수 있진 않았을까.


엄마의 마지막 말씀노트.  그리고 2021년 2월에 가고 싶었던 그 대학병원을 vre때문에 이제야 입원했다.


2021년 1월 25일.

엄마는 그날도 새벽예배를 드린 뒤, 집에 와서 아침식사를 하셨다.

그 이후 성경필사를 하시기 위해 소파로 가다가...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셨다.


" 엄마, 작년 딱 오늘이야.. 시간이 너무 빨라."

" 내가 많이 어지럽더라고..."  

 "나한테 아프다고 전화하지 그러셨어?"

" 네 아빠가 옆에 있으니까."


어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엄마를 보기 위해, 이모와 갔다 왔다.

엄마는 다양한 재활치료를 하셔서 그런지,

정신이 더 맑아지시고 발음도 약간 정확해지셨다.

그러나 아직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식사도 아직은 콧줄이고(연하 검사를 통과했지만, 계속 토하셔서 흡인성 폐렴을 걱정하여 중단함)

소변줄에 대변은 간병인의 도움이 없이는 스스로 할 수 없다.


"너무 부끄럽다. 혼자서 화장실만이라도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젠 목을 가눌 힘이 생겨서 휠체어에 앉아도 목이 꺾이지 않으신다.

고개가 110도까지는 왼쪽으로 돌릴 수 있으며

오른 손가락으로 이마와 눈을 긁으실 수 있다.


엄마의 말씀수첩에 썼던 당시의 메모들(다시 보니 눈물나는구만 ㅜㅜ)


"집게로 콩을 62개를 옮겼어. 김 선생이 나 1등 했다고 칭찬했다."

"엄마가 콩을 옮겼다고? 정말?"


무릎담요 안에 있던 오른손을 꺼내시더니, 나에게 악수를 청하셨다.

난 너무 좋아서 엄마를 안아줬다. 엄마.. 이대로만.. 이대로만 회복하자고!! 응?


내가 가장 감사한 것은

엄마의 기억이다. 최근 10년의 기억은 헷갈려하시는데

이상하게 성경에 대한 지식과 목회자님들 성함을 잊지 않았다는 것!

성경 66권의 이름. 사도신경. 주기도문. 야곱의 열 두 아들, 열두 지파, 예수님의 열 두 제자 등의 이름을 줄줄 외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새벽예배에 서시는 목사님들 성함을 말하면. 누군 웃긴다. 누군 말씀 중심이다. 누군 아들이 둘이다. 누군 해외 선교사 출신이다 등등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셨다는 것이다.

물개 박수가 절로 나왔다.

하나님이 엄마를 왜 사랑하시는지 알 것 같다.

철저하게 교회 중심의 삶, 목회자와 교인들의 중보 하는 삶을 사셨기 때문일 거다.


엄마의 기억의 비결이 뭘까?

엄마가 어떻게 다 외울까? 궁금했다.
 

엄마의 말씀 수첩안에 적힌 목사님들이 전한 말씀들


바로 말씀 수첩에 있었다.

엄마의 이 꼼꼼함과 정확함.

이러니... 목사님들의 성함과 신상에 대해 안 외울 수가 없지....

이런 수첩들이 수십 개가 엄마의 문갑 안에 잘 보관되어 있었다.

(내가 가끔 필기의 여왕이란 말을 듣는데. 다 유전적인 소견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더 대박은....

수첩 뒤에 기도제목들이 적혀 있다는 것. (개인적인 사항이라 밝힐 수는 없지만...)

그 제목들이 응답이 되었다는 "0"표시가 있는데,

엄마가 얼마나 세밀하게 말씀과 기도생활을 해오셨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교회 식구들은 물론이고

형제자매와 조카와 조카 손주들의 이름도 빼곡히 적혀있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기도하시니까, 기본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은 그냥 기도를 하셨다..

(그래서 무릎도 안 좋고, 허리도 더 안 좋으신가 보다)


기도의 응답은 조지 물러의 삶에만 있는 게 아니라.

지금도 우리 엄마의 삶에서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업고 다닐 거니까. 간증하셔. 알았지?"  

"너 힘드니까 안 업어도 돼. 삼순아. 일어나라. 걸어라. 뛰어라! 예수님이 그러셨어"

"언니, 할렐루야~~"


오랜만에 엄마를 본 이모가, 엄마의 점점 좋아지는 모습에 행복해하셨다.

휠체어에 탄 엄마가 이모의 손을 꼭 잡고 엘리베이터 앞까지 함께 가시는데...

80년을 넘게 같이 살아온 두 자매가

앞으로도 계속.... 서로 의지하며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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