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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May 14. 2022

108 지도자의 자격

오래간만에 완장 찼는데, 망했다!

감독은 책망할 것이 없으며 한 아내의 남편이 되며 절제하며 신중하며 단정하며 나그네를 대접하며 가르치기를 잘하며 술을 즐기지 아니하며 구타하지 아니하며 오직 관용하며 다투지 아니하며 돈을 사랑하지 아니하며... 외인에게서도 선한 증거를 얻은 자라야 할지니(디모데전서 3:2-7)


나관중이 쓴 역사소설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유비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주인공 유비의 활약은 그다지 크지 않다. 신묘한 계책은 제갈공명이 담당했고 뛰어난 무공과 용맹스러움은 관우, 조자룡과 같은 장수들의 몫이었다. 지도자의 권세나 개인의 능력을 비교해도 조조나 손권이 나았다. 그러나 유비는 많은 장수가 목숨을 바쳐 섬기고 싶은 군주였다. 일반 백성들도 그와 함께 피난 생활을 자처할 정도로 그를 존경하고 따랐다. 이처럼 그가 많은 사람의 인정과 지지를 받은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비록 자랑할만한 재능은 없었으나 누구보다 어질고 겸손하였으며 신의를 지키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지도자상이 달라진다. 그러나 지도자의 인격과 성품은 시대를 막론하여 항상 중요하게 여겨진다. 오늘 본문을 보면 사도 바울도 교회의 지도자인 감독의 자경을 말하면서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더 강조하였다. 이는 능력이나 성과보다 인성과 같은 기본 덕목이 더 중요함을 의미한다. 좋은 사람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고 또한 좋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지도자가 되길 원한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감사 QT 365> 중에서

어느 조직에서 완장을 찬다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다.

일을 잘해야 내야 하는 것도 있지만, 구성원들 중에 한 명이라도 낙오가 되지 않도록 다독이며 챙겨야 하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직장은 성과주의로 판단한다지만, 교회 같은 친목단체는 영성과 인품을 골고루 갖춰야 하기에 그 자리가 참 무거운 듯싶다.


두 달 전, 한 모임의 리더의 자리를 제안받았다. 그저 가볍게 생각하고 오케이를 하게 됐는데, 며칠 전 첫 모임을 하고 난 뒤, 난 새벽 1시까지 잠을 못 자고 끙끙 앓았다. 한마디로 쪽팔려서...  이미지 정말 구겼다. 아 놔... 정말 오랜만에 개망신.


교회에서 집사가 되고, 구역장이 된 것은 신앙심 좋은 엄마 권사님의 영향력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지금 병원에 누워계시고, 믿음에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아무 생각 없이 리더가 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실력이 좋았어야 했는데...    

최근에 분주한 일들이 많아지면서, 이 모임에 대해 깊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결국엔.... 망했다.... ㅠ

다음부터 어떻게 사람들 얼굴을 보지?


모임이 끝나고 진땀을 흘리고 있는데, 전 리더에게 장문의 문자가 왔다. 잘하고 있다고, 괜찮다고...

아... 진짜 얼굴 벌게져서 울랑 말랑 머리를 쥐어박고 있는데, 그 문자가 그나마 위로가 됐다. (계속하시지... 왜 나에게 완장을 넘겼냔 말이야 힝..)


예전부터 난 리더 자리에 많이 섰다.(애니어그램에서 3 유형의 특징이란다. 거기에 날개가 2 유형이라고 했던 듯) 어떤 목표가 있으면 성과를 내기 위해 달려가는데, 공동체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옆 사람을 잘 다독여서 함께 같이 간다고... 애니어그램에 달인이 된 김 작가님이 "그게 너야!"라고 말해줬다. 음... 맞는 것 같다.  


사실 나는 허점, 구멍이 굉장히 많아서( 심지어 별명이 "꺼벙이" 였음) 주변에 날 도와주는 조력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외부에서 봤을 때 리더가 돋보이거나 도드라지진 않지만, 많은 사람들을 세워주기 때문에 조직이 튼튼하고 오래가는 편이라고 할까? 한마디로 의리~ 로 뭉쳐서 의기투합하면 힘든 일도 거뜬히 마치는 경험이 많았다.


이번에 맡게 된 조직에서는

여러 분들이 열심히 하라며 밥 사 준다, 차사 준다, 엄마를 위해서 기도해주시겠다 하시면서 사랑을 듬뿍 주셨다. 그래서 잘할 거라고 믿고 맡기셨을 텐데...

첫 모임에서 엉망이 돼버려 미안해 살겠다~


"괜찮아.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어. 순수한 게 좋은 거야~ "라고 격려해주셨지만... 아... 쪽팔리다.




첫 모임에서 실수를 한 건. 더욱 겸손해지라는 뜻인 것 같다.   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말을 잘하고 싶다. 심장아 제발  내 말 좀 들어라~^^ (나이가 드니 제어가 안 되는 게 한두 개가 아님)


계획한 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고,

매일같이 좌절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니까

시기와 상황이 매우 부담스러운 완장이지만

몇 달 인내하고 헌신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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