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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Jul 07. 2022

148 넌 혼자가 아니야

웹진에 대한 나의 생각을 내려놓고... 

우리가 이 소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영혼의 닻 같아서 튼튼하고 견고하여 휘장 안에 들어가나니(히 6:19)



2018년 6월 27일 새벽 5시. 영국 남쪽에 자리한 와이트 섬에서 12살 된 프랑스 소년 톰 고론이 홀로 작은 보트에 올랐다. 


유튜브 출처: 연합뉴스


영국 남부와 프랑스 서북부를 잇는 영국해협을 무동력 보트로 건너기 위한 것이었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하늘 아래 고론은 자신의 키보다 족히 3배는 큰 돛대를 붙들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목적지를 향했다. 와이트섬에서 출발한 지 14시간 20분이 지나 고론은 프랑스 서북부의 작은 도시 쉘부르에 도착하여 96km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12살 소년의 담대한 성취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고론의 성취 뒤에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다. 바로 고론이 해협을 지날 때 300m 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큰 요트를 트고 그를 쫓았던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뒤에 계신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고론은 담대하게 항해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고론이 영국해협을 항해했다면 우리는 인생이라는 해협을 항해하고 있다. 

우리의 목적지는 주님이 계신 천국이다. 목적지에 이르는 길이 그리 쉽지 않다. 

인생의 풍파가 매섭게 우리를 위협한다. 

하지만 우리가 고된 인생의 해협을 지나는 동안 하나님이 우리를 지켜보시고 도우신다.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살아갈지라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감사로 시작하는 365> 중에서 


웹진 봉사자를 모집한다고 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저요!"라고 자원한 사람은 한 분도 없었다. 

음...

가장 큰 백이라고 여겼던 목사님은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시고,

나의 동역자라고 생각했던 남편은 단칼에 거절했고, 

딸은 빨리 스토리 대본을 써서 성공해야 한다며, 봉사에 대한 나의 결심을 흔들어 놓았다.  

(그것도 쉬운 건 아닌데. 딸은 나에 대한 믿음이 크다^^)


기대에 부풀었던 나의 희망은 점점 공기 빠진 풍선처럼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화려하게 웹 폼을 열어 웹진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물론 당연히 처음은 내가 인터뷰하고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

왜 이렇게 기운이 빠지나 몰라.


그러다 며칠 전, 작가 선배들과 대화를 하게 됐다. 


"너 자신을 깊이 들여다봐. 왜 첫 스타트가 화려해야 하는데? "

"그래야 동역자들이 많아지겠죠. 이 일의 목적이니까요."

"정원아. 네 속마음은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 가득 차 있는 거 같은데?"

"(한참 생각).... "

"너를 드러내려고 했던 마음을 다 내려놔봐! 그럼 하나님이 일하실 거야."

"저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에요. 기획하신 목사님과 대화를 하고 싶어도 너무 바쁜분이라 만날 수도 없다고요. "

"네가 다 내려놓으면 하나님이 일하셔. 그리고.... 내가 우리 교회 블로그 담당자인 거 말 안 했나? 봄 선배도 교회 주보 담당이라고 하셨잖아. 이게 작가들의 숙명이야. 그냥 순종하며 받아들여." 

"(놀라서) 언니들도 이 일을 하고 계신다고요?"

"도울 일 있으면 말해. 하나님의 계획은 알 수 없어. 분명한 건 하나님은 절대 널 혼자 두지 않으시고, 자신의 일이 망가지게 두지도 않으신단다. 힘주고 있던 네 자신을 내려놓고, 네 뒤에 계신 하나님을 믿어봐." 


대화를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인정받고 돋보이려고 했던 교만을 알게 됐다. 

그건 내 기저에 깔린 본능과도 같은 욕망이었던 것이었다. 

내 밑바닥을 깨닫게 되니, 회개가 절로 나왔고 주님께 죄송했다.  

그러고 나니 신기하게 아이디어가 마구 떠오르고, 어제도 신기한 일도 벌어졌다.


수요예배가 끝나고 교회 식구와 카페를 찾고 있는데... 

글쎄... 

눈을 씻고 다시 봐도, 눈을 비비고 또 봐도,  그 목사님이었다! 

같이 기획을 했던 목사님...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고, 대화를 할 거라곤 생각 조차도 못했는데... 말도 안 돼... 

목사님이 왜 내 눈앞에 계시지? 

어떻게 여의도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딱 만날 수가 있는 거냐고...?

상상도 못 한 기도응답이었다! 

목사님께 차를 마실 시간이 되냐고 여쭤보니 흔쾌히 ok를 하셨다. 

그리고 웹진에 대한 목사님의 비전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4050 장년층이 튼튼하게 서면, 30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고, 우리 교회는 든든한 일꾼들이 많게 될 겁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해봐요."

"목사님, 큰 그림을 그리시고 계신 지 몰랐어요! 제 믿음이 진짜 작았나 봐요~"


목사님의 의견을 명확하게 들으니까 내 마음에 확신이 생겼다. 

할 수 있는 만큼, 

내 능력껏, 

첫 시작을 하는 것으로.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웹진을 만드는 것에 대해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목사님을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에 감탄하며.

"의심하지 말고"

"묵묵히"

"불평하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라는 하나님의 음성 같아서... 

제대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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