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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Sep 24. 2022

191 기도원에 차를 끌고 가는 이유

기도원에 내 차를 가지고 가는 이유 기도원에 내 차를 가지고 가는 이유 

기록된 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 3:10-24)


2021년 2월 호주 멜버른의 동물보호소에 양 한 마리가 보내졌다. 

https://www.yna.co.kr/view/MYH20210225017100704

이 양은 오랫동안 털을 깎지 않아 마치 거대한 갑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영양실조에 걸려 병약해 있었다. 

이 양은 멜버른의 한 숲을 배회하다가 구조대원들에게 구조돼 보호소에 보내진 것이었다. 보호소 직원은 먼저 양의 몸에 수북하게 자라 있는 무겁고 더러운 털을 깎아냈다. 

깎여진 털의 무게는 무려 35kg이나 되었고 배설물과 곤충의 사체가 뒤섞여 심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이 양은 자신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무거운 털을 온몸에 감은 채 숲 속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이 양과 같다.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두텁고 무거운 죄의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시편 14편과 53편을 인용하면서 사람들 중에는 의인이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다고 말씀한다. 그러나 좋으신 하나님은 이런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셔서 무거운 죄의 짐을 벗겨주시고 하나님의 자녀로 삼아주셨다. 

그러나 세상에는 무거운 죄의 짐을 진채 어두운 세상 숲을 헤매고 있는 사람이 많다.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그들에게 죄의 짐을 벗겨주시는 예수님을 전하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다.


<감사QT365>중에서



한 달에 한 번, 우리 교회는 파주에 있는 기도원에 올라가 예배를 드린다. 

그날은 권사님들과 지구역장님들이 대형버스에 타고 1시간 정도 끊임없이 찬송을 부르면서 기도원으로 향한다. 올해는 모든 예배에 다 참석하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에 나는 그 버스를 타고 기도원에 가면 편하다. 

하지만 나는 내 차로 따로 간다. 


김포 신도시로 이사 간 집사님을 꼭 데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워낙 내성적이고 건강이 좋지 않아서, 교통편을 핑계로 주일예배도 못 나오는 상황인지라 

내가 조금만 희생하면 그 언니가 미안해서라도 다시 기도의 자리로 나오리라 생각했다. 

내 예상이 적중했다. 

매달 이런 식으로 닦달을 해서 만나고 챙겼더니, 

그 언니가 수요예배를 나오기 시작하고, 8월 말부터 혼자서 주일에 버스를 타고 교회에 온다. 

으하하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제 김포 언니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 

집에서 성경을 읽으며, 모르는 부분은 스스로 찾아서 성경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분이라는 걸 옆에서 직간접적으로 보면서 느낀다. 


다시 이번엔 옆 단지에 사는 수언니로 눈을 돌렸다. (언니랑은 같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친정부모님도 전도한 믿음의 자녀지만 최근엔 늦둥이 딸을 위해 주일예배만 겨우 드리는 정도다. 

암투병중에 경증 치매까지 걸린 시아버지께서 항암치료 때문에 지방에서 자주 올라오시고, 

시어머니도 남편을 간병하다가 골병이 나서 아프시기 시작하니, 

본인이 맏며느리 노릇을 하느라  교회도 믿음 생활도 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 사정을 아니까 기도의 자리에 나와야 한다고 

일 년 내내 새벽예배 가자 수요예배 가자 금요철야 가자 기도원 가자 했지만, 

늘 안된다고 거절을 당했다. 


그런데 드디어!! 언니가 오케이를 했다. 

거절을 많이 해서 질릴 만도 한데, 계속 질척거리니까 너무 미안해서 한 번은 가주겠다고... 으하하하. 


김포 박 언니를 모시러 가는 길에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다. 

언니는 얘기 도중에 계속 이런 식으로 살면, 

하나님이 반드시 자신을 한 번 치실 거라고 했다. 

하나님이 주실 벌은 건강이든 자식이든 물질이든... 그래서 너무 두렵다고. 

오히려 교회를 더 못 나가겠다고 했다


"설교시간에 들은 얘긴데... 

주일예배 빠지고 산으로 놀러 간 어느 집사님이 발목이 꺾여 금이 간 거야. 

목사님께 와서 벌받았다고 회개해야겠다고 했대. 그랬더니 목사님 왈~ 

'하나님은 그런 쪼잔한 분이 아니에요. 벌을 주실 거면 집사님의 목을 꺾으셨을 거예요.'라고 하셨대.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신 엄청난 분이야. 

언니가 너무 하나님을 작게 본 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매달 나랑 이렇게 기도원을 가자? 어때?"


수언니는 좋다고 했다. 자신과 동등한 분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생각을 바꾸겠다고 했다. 

역시나 기도원 예배를 마치고 집에 모셔다 드리는 중에  

박언니도 수언니도 하나님이 자신들에게 부어준 은혜를 얘기하는데 감동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 맛에 내가 차를 가지고 기도원에 간다.

 

하루를 살아도, 이 참 맛이 있으니 

내일이 기대되고 그 다음의 만남이 기대가 되는 것 같다. 

박언니가 차에서 내리기 직전에, 나에게 한마디 했다. 


 "내가 옆집에 살 때 말이지. 

그렇게 지역장님이 기도원에 가자고 해도 바쁘다고 냉정하게 거절했던 슈팅달집사가 이렇게 은혜롭게 변할 줄 누가 알았어? 내가 자기 보면서 너무 신기하다니까?"

"그러니까.... 다음 달?"

"아이고... 알았다! 알았어... 간다 가! " 

 

멀리 있어 자주 볼 수는 없지만, 박언니가 보내주는 김포신도시의 야경 그리고 아침 햇살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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