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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Oct 25. 2022

208 나의 드라마는 또 이렇게 끝났나...

진흙으로 만든 그릇이 토기장이의 손에서 터지매 그가 그것으로 자기 의견에 좋은 대로 다른 그릇을 만들더라 그때에 야훼의 말씀이 내게 임하니라 이르시되.... 이스라엘 족속아 진흙이 토기장이의 손에 있음 같이 너희가 내 손에 있느니라(예레미야 18:4-6)


영어 '플라스틱'은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가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에서 유래했다.

그 의미 그대로 플라스틱은 열과 압력을 가해 사용자가 원하는 여러 모양을 만들 수 있는 물질이다. 그런데 모든 플라스틱이 그처럼 가공이 쉬운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은 크게 열경화성 플라스틱과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나뉘는데 그중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열을 가하면 딱딱해져서 다른 모양으로 바꾸기 어렵다. 반면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열을 가하면 부드러워져서 쉽게 다른 모양으로 바꾸어 재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중 80%가 재활용이 가능한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오늘 본문에서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토기장이의 집에 가서 토기장이가 그릇 만드는 모습을 보았다. 이때 토기장이는 자신이 원하는 그릇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진흙을 뭉개어 다른 그릇을 만들었다. 진흙이 토기장이의 손에 있는 것처럼 우리는 하나님의 손에 있다. 그리고 토기장이가 진흙으로 원하는 그릇을 만들듯이 하나님 역시 우리를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양으로 빚어가신다. 하나님의 뜻대로 나를 빚으실 것을 신뢰하고 나 자신을 온전히 하나님께 내어드리자


<감사QT365> 중에서



드라마를 해보겠다고 결심하고 쓴 첫 습작품이 있다.

제목은 <광릉수목원에 가다> (흐음... 벌써 10년이 됐구만. 시간 빠르다)

장르는 멜로, 시대는 1996년.

삐삐세대의 레트로 감성과 그 시대 음악과 분위기가 좋아서 써보았던 단막이었는데.

평가가 엄청 좋았다.

그 이유는 내 풋풋한 시절의 짝사랑 감정이 살아있기 때문! 즉 주인공이 ‘종이’가 아닌 ‘살아있는 인간’처럼 잘 표현되었기때문에 쭉쭉 잘 읽혀졌다는 것이다.

 

내 시놉시스를 본 드라마 작가님께서 "아~주 조타~"라고 특급칭찬을 해주셨기에..... 그때의 뿌듯함이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써볼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내가 진짜 글을 잘 쓰는 줄 알고, 금방 데뷔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교만의 착각의 늪에 빠졌다.

정말 밥도 안 지어졌는데, 숭늉부터 마시겠다고 덤벼들었던 , 무식하면 용감하다~ 뭐 그런 다짜고짜 밀어붙였던 시절의 글이었다.


여하튼... 그 습작드라마의 줄거리는 이렇다.

보험설계사로 하는 일마다 꼬이는 한 여자가 공모전에 당선이 됐고, 자신의 작품을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는 감독이 있다고 하여 부푼 기대에 차서 방송국에 간다. 감독과의 첫 만남을 위해 대기하다가, 책상 위에 놓인 자신의 대본을 슬쩍 본다. 허걱. 자신의 대본에 감독이 체크한 빨간색 글씨가 한가득이다. 여자는 위축되어 그 난도질되어 있는 글을 읽어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과거로 넘어간다. 1996년 재수학원을 다니던 그 시절로...

공부는 못하지만 성격 좋은 여주는 재수학원의 같은 반 전국 1% 차도남을 짝사랑하게 된다. 친구와의 작전 성공으로 어린이날 광릉수목원에 함께 놀러 가게 되고, 차도남과 둘만 고립된다. 갑자스런 소나기에 여주는 차도남에게 고백을 한다. 좋아한다고. 당연히 단칼에 차인다. 그 절망감에 슬퍼하는 여주. 계속 신경쓰이는 차도남. 여러 에피소드 이어지면서 여주는 차도남이 자신에게 관심있음을 알게 된다. 용기내서 그에게 수능시험이 끝난 날. 다시 광릉수목원에서 만나자고 확답을 받는데, 차도남은 나오지않는다. 오던 중 교통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소식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 아련한 짝사랑의 추억을 가진 소녀가 세월이 흘러 그 경험을 써서 공모전에 냈는데, 당선이 된 것이다.
빨간펜으로 고쳐진 부분들은 읽어보면서 놀란 신인작가. 그때를 연상하게끔 엄청 디테일한 내용들이 그녀를 놀라게 만드는데, 이때 회의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누군가. 눈물을 닦으며 신인작가는 그 문을 쳐다보며 놀란다. 그 사람은 바로...... 헤헤헤 누굴까? 안가르쳐주지롱~


이런 내용~~~이었다.

초고의 “날 것”이 좋다는 평가를 받다 보니,

잘 써보겠다고 고치다 고치다 고치다... 결국 첫사랑 영화의 대표작 <클래식>, <건축학개론>, <나의 소녀시대>, <그해여름>, 소설<은비령>등이 뒤죽박죽 짬뽕이 되면서 결국 내용이 산으로 가버렸다.

결국 공모전에서 탈락한~ 노트북에 꽁꽁 숨겨둔 나의 첫 대본~ <광릉수목원에 가다> 였다.


그런데!!!

넷플릭스에 올라온 <20세기 소녀>를 보면서... 깜놀....

줄거리는 완전 다르지만.

대본을 쓴 나는 안다.

그 감성과 흘러가는 구조가 너무너무너무 비슷한데,

내가 쓴 거보다 100배  더 쫀쫀하고 재밌다는 거...


윽... 슬펐다.

이래서 내가 안되는구나...



창작이라는 것은 감각도 있어야 하지만, 통찰력도 있어야 한다.

난 그 통찰력이 부족한 탓에 나에게 딱 맞는 내 스타일의 작품을 못 만들고 있다.

그래서 하나님께 매일 기도한다.

제발 나만의 창작을 위한 통찰력과 시대를 보는 안목을 주시옵소서!!라고...


작품의 작가는 토기장이, 주인공은 진흙.

하나님은 토기장이. 나는 이 땅에서 만들어진 진흙.

하나님이 날 부르신 목적을 빨리 알아야, '내 인생의 드라마'가 재미있어질텐데...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헛발질하면서 넘어지고 있으니,

나도 답답하다.


여하튼

밥 먹다가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니, 슬픈 감정이 올라와서 푸념하듯 이 글을 쓰고 있다.

아~ 나도 잘 쓰고 싶다고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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