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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Nov 20. 2022

221 딸은 수능! 엄마는 수능기도회!

딸은 수능. 엄마는 수능기도회

그리스도인의 평강이 너희 마음을 주장하게 하라.... 너희는 또한 감사하는 자가 되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또 무엇을 하든지 말에나 일에나 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를 힘입어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라(골로새서 3:15-17)


제가 미국에서 목회를 하면서 가장 감명 깊게 접한 문화가 바로 미국의 감사 문화. 다시 말해 Thank you 문화입니다. 미국에서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듣고 하는 말이 바로 "Thank you"(감사합니다)입니다. 마켓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점원뿐만 아니라 고객도 "Thank you"라고 인사합니다. 친구끼리 물건을 주고받을 때도. 이웃끼리 도움을 주고받을 때도 "Thank you" 라는 인사가 빠지지 않습니다. 특히 부모가 자녀들을 가르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Thank you"라는 인사입니다. 아무리 작은 도움을 받아도 반드시 "Thank you"라고 인사할 것을 확실히 가르칩니다. 이런 미국의 감사 문화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신앙적, 정신적 힘을 느꼈습니다. 지금 미국이 영적으로 침체기를 지나고 있다 할지라도 기독교 신앙에서 나오는 감사 문화가 여전히 미국 사회를 지탱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말씀에도 여러 차례 감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감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고백이자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올 한 해 얼마나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까? 감사보다 원망 불평이 많지는 않았습니까? 추수감사주일을 맞아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 최고의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립시다. 또한 우리의 삶과 가정. 교회. 더 나아가 한국 사회에 감사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넘치는 감사. 일평생 감사. 무조건 감사로 살아갑시다.


<감사QT365>중에서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꽃교의 수능시험은 나에게 큰 은혜와 감사의 시간이었다.


"내가 어제 그제도 박스를 열 개 놓고 갔는데. 오늘도 박스가 열 개가 넘어요! 무슨 날이에요?"


택배 아저씨랑 집 앞에서 마주쳤다. 이미 집 앞에 다른 택배 회사의 박스가 여러 개 있었는데.

그 위에 자신의 박스들을 쌓고 계셨다.

고3이라서 그런다고 했더니. 감탄하면서 진짜 인기가 좋나 보라며 엄지 척을 들어주셨다는 거...^^


수능 일주일 전부터 떡 엿 초콜릿을 비롯해서 디퓨저, 쿠션, 잠옷, 향수, 슬리퍼 등의 온갖 선물들이 도착했다. 물론 딸의 생일이 수능과 겹친 것도 있다. 서른 명도 넘는 친구들에게 선물을 받은 딸...(꽃교의 학교는 11월부터 고3은 학교를 가지 않고 가정학습을 했기에 친구들이 다 택배로 보냄.)

나 또한 언니 오빠 동생 목사님 선교사님 집사님 구역장님 지역장님 권사님 장로님 선배 후배 동기 친구 동창 윗집 등등에게 (딸과합쳐)70여개의 격려의 선물들이 도착했다.


다들 수능에 이렇게 받나?

생각해보면, 나도 주변에 수능 보는 자녀가 있으면 꼭 선물을 했던 것 같긴 한데...

이건 많아도 너무 많잖아???  

이제 저 많은 초콜릿과 엿과 떡은 언제 다 먹을 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아주 행복한 고민이고, 감사의 고백이라는 거~~^^



수능당일 딸이 원한 점심도시락.  수능날 학교로 들어가는 딸의 모습

 


수능 당일.

수능 시험을 보는 학교가 집에서 너무 먼 곳에 배정이 되어서 심히 걱정이 됐다.

새벽 4시 반부터 일어나서 딸이 해달라는 레시피로 도시락을 싸는데...

윽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아침밥도 맛난 거 해주려고 했더니만

그 새벽에 반찬을 8가지나 하게 된 것이다.

미리 도시락을 싸 봤었으면 시간을 가늠했을 거 아니냐는 남편과 딸의 타박을 들으며.

(성질은 나지만) 웃으며 느낌 좋다고 파이팅~ 하며 아침밥상을 준비했다.


그러나 나의 정성들인 아침은 시간이 없어, 먹는 둥 마는 둥 새벽 6시 20분!!! 집에서 출발~

7시 40분 학교에 도착을 했다. 늦을까 봐 얼마나 걱정을 했던지....

교문 앞에는 부모님들이 시험 잘 보라며 자녀들을 안아주는 장면들이 곳곳에 보였다.


나 역시 꽃교에게 기도해주면서 "넌 혼자가 아니야! 할 수 있어~!"를 연신 말해줬다.

딸은 시험 걱정이 됐는지 인증샷을 찍는데도 평소와 다르게 웃질 않았다.

빨리 들어가 봐야 한다면서, 나에게 기도 빡시게 해달라고 당부를 하고 가는데.

엄청 긴장을 했는지, 걸음도 매우 빠르게 건물로 향했다.  (결국 긴장한 탓에 점심도 체해서 제대로 못 먹었다고 한다)


난 딸이 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곧장 교회로 달려왔다.

한 번도 참석해보지 않은 교회의 "수능기도회"는 진짜 대단했다.




 예수원에 쓰여 있는 문구가 생각났다. "기도는 노동이다"

수능 1교시 8시 40분부터 수능 4교시인 4:40분까지

아이가 시험을 보면, 부모와 중보자들이 함께 그 시간에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부모들만 와서 기도를 하는 줄 알았다.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오려면 당연히 1교시 시간을 지키기가 어려울 테니 성전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봤는데..

뜨억...

많은 권사님들과 집사님들이 딸의 입시를 위해 중보 하려고 교회에 와주신 거 있지?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모른다.

이런 게 있다는 걸 미리 알았으면, 매년 같이 와서 기도할 걸... 되게 미안했다.

내년에 지역 식구 중에 두 명의 입시생이 있으니, 꼭 와서 같이 기도해주려고 맘먹었다.

또 목사님들이 하도 머리를 찍어 누르면서 안수기도를 해주셔서...

점심 이후부터는 머리가 떡이 져서... 기름 좔좔 흘렀다.


집중해서 딸을 위해 기도해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정말 너무 좋았다.

오직 딸을 위한. 딸의 구원과 비전과 건강과 삶을 위한 기도만 하는데

(물론 딸의 친구들과 다른 입시생들을 위한 기도도 했지만)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딸 태몽부터 시작해서(태몽이 고인이 되신 원로목사님이 선물로 내게 안겨주었다)

딸의 성장과정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좌르르르 흘러가는데...

흑흑

아이가 좋은 점수로 유명한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아이를 내게 양육하게 하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하고

아이와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다.

수능기도회 또한 수능 당일 유일한 부모 노릇이기 때문에

성전에 서서 기도할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참 기뻤다.


집에 오는 동안 차에서 입 벌리고 졸고 있는 딸과 나


시험이 끝나고, 신문기사를 보니

1교시 국어는 불수능이었던 작년보단 좀 쉬었으나. 다른 2.3.4는 여전히 어려웠다고 했다.

딸 역시 시험지를 받아 든 순간, 매우 당황했다고 한다.

어쨌든 시험 보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우린 뻗었다.

수능날 하루만은.... 우리 모녀에겐 "이것이 최선이다"를 보여준 날이었다. ^^


결과는 어찌 되었던간에...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준 딸에게 고맙고

딸을 위해 기도해주신 많은 중보자들에게 감사하다.


"내가 교회에서 네 옆에서 기도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병원에서 기도 열심히 했다."

 

솔직히 병원 누워계신 엄마와 영상통화를 끊고, 많이 울었다.

다들 자매, 모녀, 가족들이 함께 와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매우 부러웠다.

만약 엄마가 아프시지만 않았으면, 내 옆에서 얼마나 간절하게 기도를 하셨을까.

또 엄마도 나처럼,

내가 수능보던 그 날 이렇게 힘들게 기도를 하셨다는 걸 알게 되니까...

다시 한 번 엄마에게 정말 감사하게 됐고, 부모가 되는 길은 쉬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수능.

인생의 관혼상제 중에 "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주어지는 동일한 기회.(물론 예체능은 올해까진 수능을 안봄)

내가 겪었던 경험을 이제 딸도 함께 겪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 참 신기했고

감사했던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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