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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야곱이 길을 가는데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를 만난 지라 야곱이 그들을 볼 때에 이르기를 이는 하나님의 군대라 하고 그 땅 이름을 마하나임이라 하였더라(창세기 32:1-2)


동물학자 E. 마레이즈는 아프리카 개미를 가지고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개미집 둘레에 홈을 파놓고 물을 채워 개미집과 외부를 차단한 후 개미들의 반응을 살피는 실험이었다. 개미집에 있는 개미들과 먹이를 찾으러 밖으로 나간 개미들이 서로 분리된 상황이었다. 마레이즈는 차단된 개미집 한 군데에 가느다란 나뭇가지로 외다리를 만들어서 개미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러자 집 안에 있던 개미들은 밖으로 나가려다가 외다리 앞에서 모두 포기하고 되돌아왔다.

그런데 먹이를 찾아서 돌아오는 개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외다리를 건너서 들어오는 것이었다.

집 안에 있는 식구들에게 먹이를 먹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용기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오늘 본문은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돌아오는 야곱에 대한 말씀 중 한 부분이다.

외삼촌 라반의 추격과 형 에서에 대한 두려움으로 야곱의 귀향길은 멀고도 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끝까지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마하나임'되신 하나님이 그의 곁에 계셨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하나님의 뜻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막아서고 어렵게 만드는 것이 있는가?

어떠한 고난과 역경 가운데에서도 마하나임 되신 하나님이 우리를 떠나지 않으심을 바라보며 나아가면 두려움 없이 전진할 수 있다.

오늘도 우리의 삶에서 역사하시는 마하나임의 하나님과 함께하는 하루가 되길 소망한다.


<감사 QT 365> 중에서


2023년 난 교회의 지역장이 되었다.

지역장으로서 딱히 작년과 다르게 룰이 바뀌거나 루틴이 바뀐 것은 아닌데...

나의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좀 더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고나 할까?


며칠 전, 각 지역의 지역장님들이 새해니까 다 같이 식사 한 번 하자고 하셔서

처음으로 지역장모임에 나가게 됐는데.... 결론은 한마디로 적응이 안 됐다는 거.


"환영합니다. 내가 어머니 아주 잘 알지. 내가 어머님이랑 같이 권사임명 받았거덩. 엄마가 혹시 말씀 안 하셨으려나?"


응? 엄마가 권사임명을 받으신 건 20년도 더 넘은 일인데.... 응?

지역장님 중에서 "왕언니"라고 소개를 하셨는데... 순간 큰일 났다 생각했다.

'한 번 지역장은 영원한 지역장!'

이라는 말이 정말 사실이었구나...

막내가 드디어 들어왔다고 좋아하시는 지역장 14년 차 라지역장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유모차에 전도지를 싣고 끌고 다닐 때까지 하는 거야. 지역장은...!!"


뜨악... 임기제도 아니고,

유모차에 손녀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아닌....

뭣이라....

노년이 되어 지팡이 대신 끌고 다니는 그 유모차!!!


"축하한다. 그런데 너무 빨리 됐어... 다른 구역장들 많은데 왜 바쁜 너보고 하란다니? 그래도 축복한다. 자랑스럽다. 하나님이 기뻐하실 거야!"


병원에 계신 엄마에게 지역장모임을 마치고 어떡하냐고 영상통화로 물었더니

엄마는 많은 축복을 해주셨다.

엄마는 50대 후반에 우리 교회에 등록하셨다.

대형교회다 보니 절차와 격식이 까다롭고 중요해서...

다른 교단의 권사임명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늦게 구역장. 늦게 권사를 받으셨다.

그래서 교회 일이, 지역장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뻔히 다 아시는 엄마는

축복도 해주셨지만. 마음의 그릇, 기도의 지경이 크고 넓어져야 한다며... 큰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왕부담.

어떡해.


"우리는 어머니가 어떻게 믿음생활을 해오신지 다 알잖아...

그 뒤를 이어서, 열심히 해주길 바래요"


지역장 선배들과 함께(부담 절절한 내 표정 ㅜ)

14명의 지역장님들 중에 식사모임엔 나 포함 9명이 참석.

가족구원을 위해서, 지역식구들을 위해서

가장 귀한 예수의 복음을 전하면서 느꼈던 많은 힘든 점들을 말씀하시는 그 자리가...

굉장히 낯설면서도

아... 이래서 우리 교회가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구나~를 알게 됐다.


"교회잖아요."


각계각층. 남녀노소. 열심히 살아오셨던 어머니 같은 이 분들과

유모차를 끌 때까지 함께 갈 것을 생각하니 아득했지만, 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엄청난 믿음의 고수들이다. 또 내공이 어머어마한 분들이니...

올해 첫 발을 뗀 나는... 그냥 아장아장 따라가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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