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비상계엄이 있던 날, 티브이를 보고 매우 화를 내셨다.
2025년에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국민들을 상대로 계엄을 일으킬 수 있냐는 거였다.
앞으로 딸과 손녀가 사는 세상은
행복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시며
대통령선거 때까지 절대로~ 절대로 아프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셨다.
탄핵을 거쳐 그 지루한 시간들이 가고, 드디어 대통령 선거날...
엄마는 설레듯 투표장으로 얼른 가자 하셨다.
빨간 정장을 입혀드리고 엄마를 휠체어에 태워 밀면서 선거장으로 향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햇살을 맞으며 설레어하는 엄마가 너무 귀여웠다.
투표소는 집에서 50m도 안 되는 경로당.
대통령선거라서 그런지 지난 구청장 보궐선거때와는 분위기가 다르게 활기찼다.
사람도 많고, 공무원들도 능숙하고 친절했다.
장애인 노인에 대한 대응도 빨랐다. 엄마 이전에 5명의 휠체어 탄 노인이 다녀갔다고 했다.
우리나라 할배할매들의 국민성은 진짜 최고인듯 싶다.
보궐선거때 해보셔서인지 엄마는 <선거인 본인여부 확인서>에 성함사인을 잘하셨다.
이 서류는 정식 선거 투표장이 3층이라 엄마가 계단을 오르실 수 없기 때문에
투표용지를 보호자인 내가 대신 받아오는 것을 허용한다는 확인서였다.
공무원과 동행해서 투표용지를 받아온 나는 엄마와 함께 1층의 임시 기표소에 들어갔다.
엄마의 한 표는 소중했다.
나는 엄마에게 투표도장을 손에 쥐게 하고, 도장을 꾸욱 눌러 찍었다.
엄마에게 엄마가 원하는 후보에게 잘 찍혔는지 확인시켜줬고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거투표봉투에 투표용지를 넣으셨다.
나는 다시 공무원과 동행해서 엄마의 투표용지를 3층 투표장의 정식 선거함에 넣었다.
엄마투표를 마무리하고, 나역시 빨리 투표를 했다.
1분도 안걸리는 투표를...
엄마는 집에서 휠체어에 타고 수많은 절차를 거쳐 국민의 한 사람으로 권리를 다했으니...
울 엄마 최고~
"드디어 엄마 손으로 대통령을 뽑았네? 만족하셔?"
눈물이 찔끔 났지만.... 울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꾹 참고 투표장을 나왔다.
오랜만의 외출이니 아파트 공원을 두 바퀴쯤 돌고,
슈퍼에 가서 엄마랑 같이 먹을 아이스크림도 샀다.
30분도 안 지났는데. 엄마는 고개를 푸욱 숙이셨다. 체력이 많이 약해져서 앉아있는 것이 힘들다는 뜻이었다.
얼른 집으로 와서 침대에 눕혀드렸고, 엄마는 그날 저녁 12시 넘도록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을 지켜보셨다.
엄마는 엄지를 올리며, 잘 뽑혔다! 나라가 잘 살게 됐으면 좋다! 라면서 웃으셨다.
엄마가 집에 계시는 동안, 많은 이벤트가 있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말해 쉽지 않다.
그러나 정신은 절대 놓치지 않으시기에, 대화하며 웃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