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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Dec 25. 2021

023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주엥 평화로다 하니라(눅2:!4)


1818년 12월 24일 오스트리아 오벤도르프에 있는 성니콜라스교회에서 처음 불려진 <고요한밤 거룩한 밤>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찬송이 되었다. 

이 찬송으로 인해 제1차 세계대전 때 기적 같은 크리스마스 휴전이 일어난 사건이 유명하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4년 12월 24일 프랑스 릴 근처의 서부전선에서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과 독일군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어서 각 진영에서 소소하게 성탄을 축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독일군 참호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울려 퍼졌다. 


그 찬송은 전장의 적막을 뚫고 연합군 병사들의 마음에도 전달되었다. 그들이 서로 찬송을 부르며 점차 마음이 하나가 되어갔다. 각 군의 장교들이 나와서 휴전에 합의하자 병사들도 나와서 인사를 나누고 함께 성탄을 기뻐했다.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아서도 그들은 함께 예배하고 함께 사진도 찍고 함께 축구도 하며 즐거워했다. 이 기적과 같은 사건은 영화 <메리크리스마스>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주님의 평강이 이 땅에 임하면 우리 역시 참평안을 누릴 수 있다. 평강의 왕으로 오신 주님께 감사하며 오늘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이 기쁨을 전해본다. "메리크리스마스"


<감사로 시작하는 365> 중에서


출처:KBS

예전엔 거리에 캐롤이 울려퍼지고, 화려한 트리장식들을 보면서 '아 크리스마스가 다가왔구나'를 느꼈다.

하지만 음악 저작권때문에 캐롤은 카페 같은 특정 장소에나 가야 들을 수 있게 됐고, 교회에 가야만 화려한 트리 장식을 보게 됐다. 


얼마 전에 시청앞을 지나가면서 CTS 기독교TV와 서울시청이 함께 크리스마스 점등식 콘서트를 봤다. 

초라하고 인적도 없고 안타깝기도 하고.... 왜 이 시기에 저런 걸 해야 하나 싶어서 눈살도 찌푸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그 행사 전체 콘티를 맡았던 작가였을 때는 

최소한 이 정도는 아니었으니까.(자뻑ㅋ?)


예산이 없나? 아니란다. 

오히려 코로나이후에 전화 후원금이 더 들어왔단다.

괜찮은 작가가 없나? 아니다. 쌔고 쌘 게 작가다. 

내가 일할 때보다 유능한 작가님들이 더 열심히 일을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왜.... 나마저도 이렇게 싸늘한 시선이 되버린걸까....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크리스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안좋게 바뀐 것이겠지...

이런 시국일수록

나라도 좀 더 정직하고 성실하게, 또 책임감있고 남을 도우며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때 말이야.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 교회에 모여서, 12시 자정이 되면 친구들 과 손 잡고 동네를 돌면서 새벽송 불렀던 거 기억난다. 눈이 많이 왔어서, 눈 밟았던 느낌도 기억나. 엄마도 그랬어?"

"그럼. 18살인가? 전쟁 끝나고 부산 서면로타리에서 초량동까지 100명도 넘는 애들이 다같이 돌아다니면서 기쁘다구주오셨네를 불렀어. 친구 윤덕이랑 유범이도 있었는데..."



엄마가 미소를 지으셨다. 그 때를 회상하시는 듯 신나서 줄줄 말씀을 이어갔다. 

엄마는 몸은 늙었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열여덟살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때의 기억이 좋으셨는지, 디테일한 상황설명까지 하면서 얼굴도 붉어지며 얘기를 하셨다.


"친구들은 다 연애 했지. 하지만 난 하나님 앞에서 절대로 연애질 안하고 믿음생활만 열심히 했어. 그랬더니 너같이 착한 딸이 나왔잖아."

  

지금도 마흔 넘어 결혼하면 큰 박수를 쳐주는데. 그 시대에 마흔 넘어 결혼한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었다.

딸 하나 낳아, 열 아들 부럽지 않게 키웠다는 엄마는 

문맥연결이 안되는데 뜬금없이 나에게 고맙다고 하셨다.

엄마가 나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면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난 빨리 화제를 돌렸다.


"엄마, 케이크에 촛불을 다 끄셨더라? 입 힘이 많이 생긴것 같아. 그치?"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념으로 케이크를 사다가 전달했다. 

연하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아직도 콧줄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입으로 드시지는 못하지만, 촛불을 끄는 모습만이라도 보고 싶었다. 

여사님이 보내준 사진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년엔 이런 게 기적일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엄마, 우리 작년에는 아빠랑 같이 짜장면 먹었잖아, 내년에 우리 꼭 짜장면 먹자!"

"얘기 하지마! 먹고 싶다."


추억을 얘기하고 싶어 꺼냈던 말이.... 실수로 돌아왔다. 

앞에 놓인 케이크을 한 수저도 드시지 못하는데, 거기다 짜장면까지 생각하게 했으니...

난 참 눈치가 없는 딸이다. 


매년 어김없이... 따뜻하고 푸근했던 기억만 가득했던 크리스마스였는데.

올해는 참... 외롭고 낯설고 중심을 잃은 크리스마스다. 

그래도 엄마가 살아계신 것이 기적 같아서...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말만 되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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