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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Dec 31. 2021

028 에벤에셀을 세우라

사무엘이 돌을 취하여 미스바와 센 사이에 세워 이르되 야훼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하고 그 이름을 에벤에셀이라 하니라(삼상 7:12)


사무엘상 7장을 보면 선지자 사무엘이 미스바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아 기도회를 이끌고 있다.

그때 블레셋이 이스라엘을 침략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사무엘과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부르짖어 기도했다. 그러자 하나님이 큰 우레를 보내어 블레셋을 물리쳐 주셨다. 사무엘은 이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미스바와 센 사에 돌을 세워 ''에벤에셀(도움의 돌)'이라고 불렀다. 


사무엘은 승리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동시에 

이 사건을 후대에도 잊지 않고 기념하기 위해 에벤에셀을 세웠다. 

따라서 이 에벤에셀은 그냥 평범한 돌이 아니었다. 하나님에 대한 감사. 믿음, 그리고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경건한 삶에 대한 다짐을 상징하는 돌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도우시고 지키셨던 것처럼 

하나님은 우리를 지금까지 지키시고 인도해 주셨다. 

이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 우리 마음속에도 에벤에셀의 기념비를 세우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자.


<감사로 시작하는 365> 중에서



겨울방학식을 하고 기숙사에서 짐을 들고 나온 고2 딸과 딸 친구를 데리고...

2022년 고3을 벅차게 준비하자는 뜻으로 돼지갈비를 먹였다.

먹는 것도 어찌나 이쁘던지... 인생에서 가장 예쁠 나이 18세니까 그렇겠지.

채소는 안 먹고 그냥 숯불에 타들어가는 고기를 먹는 딸들을 보면서...

나의 개똥철학을 말해줬다. 


"사람은 스토리가 있어야 해."


이 얘기가 나온 이유는 최근 <스트릿 걸스 파이터>과 <방과 후 설렘>이란 순위 경쟁 프로를 얘기하면서 시작됐다. 확실히 아이들은 Mnet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출연자의 인성과 실력에 대해 둘이 열심히 토론을 하는데, 대화에 끼어들려고 해도 내가 알아야 말을 하던가 말던가 하지... 그냥 고기만 꿔줬다. 


그러다 진행자 강다니엘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앗 아는 얘기다!! 

얼른 나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히히히.


딸이 "우리 엄마는 000가 좋았대... 그런데 걔가 떨어졌는데, 걔랑 강다니엘이 느낌이 비슷했거든."라면서 순위조작 논란으로 이슈가 되었던 Mnet <프로듀스 101>를 꺼낸 것이다. 당시 캐릭터가 겹치는 애들은 자연스럽게 탈락으로 이어졌는데, 강다니엘이 주목을 받은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했다.

강다니엘에게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에, 

소녀팬들보다 아줌마 팬들이 더 좋아했다고.

딸은 늘 듣던 얘기라며 고기 먹는데 집중했지만, 딸 친구는 예의상이라도 내 얘기를 열심히 들어줬다.


"저도 그렇고, 제 주변엔 그런 삶의 스토리를 가진 얘들이 없어요"

"엄마도 네 나이 땐 그랬어. 근데 나이를 먹다 보니까 사람은 다 스토리를 갖게 되더라. 지금의 너희들의 순수한 모습이 엄마는 참 보기가 좋다."


둘이 마주 보며 웃는 여고생들의 멈추지 않는 순수하고 맑은 웃음이 너무 예뻤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청춘의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나보다.

내년 이맘때도 지금의 순수한 웃음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생겼다.

교육제도의 특성상 서열을 나누게 되는 대학 순위 때문에, 인생이 바뀌게 된다. 

누군가는 원하는 대학을 가게 되겠지만. 누군가는 다시 재수를 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는 기회의 불균형, 역차별도 받게 되면서 등 지금의 순수함은 사라질 것이다. 

그게 참 안타깝다. 

백지처럼 하얀 내 딸들의 인생에서, 인생의 고비의 점들이 찍히며 스토리가 시작될 테니까.


나도 마흔이 넘다 보니, 어느새 나이를 말하는 게 싫어졌다. 

나이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숫자가 말해주는 변곡점들이 찍히면서 뻔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 스토리에 올해는 큰 방점을 찍힌 것이다.


내가 계획한 최악의 2021년  vs   주와 동행한 2021년


인생이 지난했지만 그래도 올 해만큼 힘든 적은 없다. 

계속 최악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절망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되돌아보니까. 주님이 동행하셨기 때문에 올 수 있었다는 깨달음이 왔다.

늘 입에 맴돌던 찬양이 나의 힘이 되어 주었다


'약할 때 강함 되시네 나의 보배가 되신 주~'

'아무것도 두려워말라 주 나의 하나님이 지켜주시네~'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이 찬양들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됐다. 

하나님이 올 한 해, 날 업고 가셨다는 것을...

그리고 아버지는 천국에서 영원한 생명의 은혜를 감사하고 있을 것이고.

사경을 헤맸던 엄마를 꼭 안아주기고 품어주고 계시다는 것을...


2021년은 나의 에벤에셀이라고 고백한다.

세상적인 명예와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느낀 한 해이기 때문이다.

올 해를 마무리하면서 

또 엄마의 새로운 치료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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