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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습관 만들기

day-20 책 앞으로, 도서관 앞으로

by 나무늘보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이 몇 가지 있다.

집, 카페, 공원, 바다 그리고 도서관.

게 중에 도서관은 참 오는 게 어려웠다. 그보다 더 재미있는 곳들이 많기에 마음을 먹고 와야만 했다.

그러나 오늘은 오랜만에 쉬게 된 평일의 휴일인 만큼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선 도서관에 왔다. 도서관은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값어치 있는 공공시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온전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에는 시설이 너무나 발달해 도서관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페부터, 컴퓨터, DVD, 만화까지 다양한 문화생활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좋은 것은 나를 그나마 책 앞으로 가게 만든다는 점이다.

카페나 집에서도 책을 읽을 수도 있기는 한다. 그러나 생각만큼 책을 잡는 게 쉽진 않다. 다른 재밌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학생시절 나에게 도서관은 공부하러 가는 곳이었다. 벽면과 책장에 쌓인 책들 사이에서 수많은 책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내가 가져온 책으로 공부를 하는 곳이었다. 그저 공부를 하기에 조용한 장소였다.

그때는 책을 읽는다는 것이 시간낭비였고, 사치인 줄 알았을 때이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었을 땐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다른 의미로 시간이 없다며 책을 멀리하곤 했다.

그래서 이제는 되려 책을 읽어야 된다는 스스로의 강박감에 놓일 때도 있었다.

그런데 도서관에 오면 마음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주변에 놓인 것이 책 밖에 없기에 자연스레 책 앞으로 갈 수가 있다. 그리고 당장 준비해야 하는 시험이나 공부가 없기에 책에만 집중할 수가 있다.

오로지 책만 읽는 시간, 그 시간이 편안하고 여유롭게 느껴져 너무나 좋다.

뭔가에 쫓겨 끝내야만 하는 일이 없고, 부담감을 가지고 읽어야 하지도 않다. 그저 책장을 돌아다니다 내 눈에 들어오는 제목의 책에 손이 멈추면, 잠깐 펼쳐보고, 맛보기지만 내용도 읽어보고, 그러다 또 다른 책을 찾고.

도서관에 온다고 해서 평소에 안 읽던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 오히려 많은 책을 접한다고는 할 수 있겠다.

꾸준하게 한자리에 붙어 앉아 고른 책을 끝까지 다 읽는 그런 습관은 내게 없다. 그러나 다양한 책들을 접하면서 내가 선호하는 책들을 알게 되고, 나중에라도 끝까지 읽고 싶은 책을 저장하고, 짧게나마 펼친 책 사이에서 동기나 정보가 되어주는 내용을 발견하면서 생각도 하고.

그런 시간, 그런 시간들이 내게는 온전한 편안함인 것만 같다.

도서관이 사는 곳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막상 여러 이유로 이용하지 않게 되는 게 현실이지만. 이용할 수만 있다면, 다양하고 유용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특별한 공간에서 누리는 특별한 시간.

그 시간을 자주 갖길.



#도서관#공공시설#책#여유로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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