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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습관 만들기

day-27 비 소식이 있겠습니다

by 나무늘보

장마가 시작됐는지 연일 비가 내린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비 오는 날이 되면 비 젖는 게 싫어 무장하는 나 이기 때문이다.

비가 오게 되면 나는 나름의 비장의 무기를 신발장에서 꺼낸다. 레인부츠.

무겁고 모양도 안이쁘지만 비 속을 뚫고 나아가게 하는, 없어서는 안 될 보호구이다. 레인부츠와 장우산만 있으면 장마철은 그럭저럭 나는 것 같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감성적이기도 하고 먼지가 씻겨 가는 것 같다고도 하며 비가 오는 걸 좋아라 한다. 그러면 나는 비가 오는 날에 무슨 감성이람, 있던 감성도 찝찝해서 날아가겠다 라며 혼자 생각하곤 하는 때가 있었다.

비가 오면 기분이 다운되는 것 같고, 그 습도가 불쾌하게 만들고, 젖기라도 하면 찝찝한 느낌이 들고, 우산 들고 다니고, 건물에서 나올 땐 잊지 않고 챙겨야 하고, 비가 오는 날은 안 아팠던 몸이 더 아픈 것만 같고.. 여러 이유들이 있었다. 비가 온단 소식이 좋지 않게만 들리는 이유.

그렇지만 내가 아무리 싫어라 해도 내리는 비를 멈추게 하거나 안 오게 하는 마법 따윈 없다.

식물은, 땅은, 하천은 비를 반가워하겠지.

그러면서 나도 비가 반가울 때가 있었나 생각해 보았다. 아마 무언가 해야 되거나 나가서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핑계되기 좋은 날이었지 싶다. '비 오니까' 라며. 비 핑계를 댈 수 있었다.

비 오고 난 뒤 공기가 더 산뜻해진 것 같기도 했고, 피서철엔 비 온 뒤 계곡은 더 신날 때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비는 불편할 뿐이지 나쁜 것은 없었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건 늘 그랬다.


#장화#비#우산#눅눅함#식물들이 좋아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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