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습관 만들기
day-42 옷도 생각도 수선하기 나름
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함께 자라왔던 친구결혼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으레 그렇지만 그런 중요한 날에 입을만한 옷은 항상 옷장에 없다. 미리부터 알아보고 구매했을 법도 한데, 슬슬 다가오니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고, 옷이 택배로 도착했다. 늘 그렇지만 택배는 열기도 전에 설레게 만든다. 엄청난 기대와 함께.
그러나 단신 체형이 늘 그랬듯 옷의 핏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작은 키로 매번 옷의 길이를 잘라서 입어야 하는 고통이란. 수선 없이 대충 어딘가 어색하게 입을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패션에 나름(?)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나에겐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게 모두 결국은 자기만족이란 걸 알고 있지만.
그러면서 '자기 몸에 맞는 옷'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직장에 있기 전 이전 직장에서의 생활이 나와 맞지 않아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선배가 해준 말이 있었다. 억지로 버티는 것도 필요하긴 하지만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찾아 떠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인에게 맞는 곳이 있을 거라고.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으면 뭔가 모르게 어색해 보이고, 낯설어 보이고, 불편한 것처럼.
옷을 수선집에 맡겨야지 하며 한편에 두다가 문득 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도 현재의 직장이 나의 몸에 꼭 맞는 그런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보다는 그래도 수선하여 입은 것처럼 조금은 편해진 느낌이랄까.
유튜브를 보다 보면 정말 재능 있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 춤과 노래에 재능이 있고, 악기에 재능이 있고, 영상 편집에 재능이 있는 것 같고. 어딘가에 재능이 있다는 건 정말 축복받은 일이다. 중요한 건 그렇게 재능이 있는 것들을 보면서 나를 보게 된다는 점이 문제였다. 나에겐 어느 분야든 재능이 딱히 없는 것 같고. 재능이 없으면 이대로 살아가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도 실은 재능이 있었던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재능처럼 보이기 위해 숨어서 혹은 안 보이는 곳에서 노력과 인내를 무수하게 했으리라.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지만, 막상 결과물로만 보게 되면 재능의 필요성만 실감하게 된다. 당장 이 옷이 안 맞는다고 해서 새 옷을 버리는 게 맞을까. 안 맞는 옷이라면 수선을 하고 뜯어고쳐서라도 나한테 맞는 스타일로 만드는 게 맞을까.
답은 알고 있다. 실천을 하지 않을 뿐. 겉으로 보이는 외면의 의상인 옷 말고도, 내면의 생각의 옷도 조금 수선하여 입을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재능인지 아닌지, 내 옷인지 아닌지는 바로 알 수 없다. 입으면 입을수록,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을수록 알게 되는 것이다.
#옷#내 몸에 맞는#수선#생각 고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