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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습관 만들기

day-41 그럼에도 하는 것이 습관

by 나무늘보

지난 주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빠르게 흘러갔다. 바쁘고 피곤하단 핑계로 글쓰기를 계속 제쳐두고 미루더니 결국 끝까지 밀려갔다. 이렇게 될 일인 줄은 진작에 알아봤다. 매일 쓰던 글이 이틀에 한 번이 되더니 일주일에 두 편이 되고, 그러다 한편도 겨우 쓰고, 결국은 쓰지 않는 것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습관이라는 것이 참으로 무섭다가도 알지 못할 때가 많다. 힘들게 중력을 거슬러 만들어 놓은 습관이 고작 편한 '관성'에 따라 몇 번 쉬어갔을 뿐인데, 어떻게 알고, 원래 없었던 것 마냥 원래의 자리와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이래서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다는 말이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닌 듯했다.

이처럼 고작 몇 번, 몇 달을 가지고도 만들 수 없는 게 습관이었다. 이미 내 몸에 밴 습관이란 것은 그럼 얼마나 많은 시간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이냔 말이다.

행동이 생각을 거치기도 전에 나오는 것이 습관이다. 그러니 좋은 습관 하나 만들기 위해선 정말 사람이 바뀌어야 된다고 말하는 게 맞는 말인 듯하다. 그만큼 좋은 습관 하나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나쁜 습관은 언제 길들여졌는지 조차 모르게 형성되어서는 없애는 것도 쉽지가 않다. 입술 물어뜯기, 늦잠자기, 미루기 등 고쳐야 하는 나쁜 습관은 고치지 못해 힘들고, 글쓰기, 즉시 하기, 책 읽기, 일찍 기상하기 등 만들고 싶은 습관은 만들어지지 않아 힘이 든다.

그래도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돌아올 수 있는 건, 그나마도 얼마 안 되지만 형성하려다 만 습관의 흔적이 나를 자꾸만 건드렸기 때문이다. 바쁘고 피곤한 와중에, 계속 습관을 위해 하나하나 써왔던 노력이 스쳐 지나갔다. 마음의 짐처럼, 숙제처럼, 해야 되는데, 생각은 계속 나서 나를 괴롭혔고, 쉬어도 쉬는 것 같진 않았다.

그리고 계속 미루면서 습관에서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다시 제 길을 찾아 돌아올 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습관처럼 했던 행동을 다시 습관이 아닌 것처럼 하다가, 새로 시작해야 한단 부담감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안 하면 안 할수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져서 이전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하던 것들이 크게 느껴지곤 한다. 해야 하는 습관의 행동을 크게 느낄수록 한 발 더 물러나 피하게 되어있다.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것. 그게 습관의 첫걸음이고, 습관을 이어나가는 길이다.

사람이기에, 그리고 더없이 의지가 약한 나인 걸 알기에. 이럴 수 있다. 그리고 또 어쩌면 앞으로도 이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습관을 위해 힘써왔던 그 시간만큼만 놓아 버리지 않는다면. 그 노력들만 무시하지 않고, 생각한다면. 중간에 멈칫하는 순간에도 떠오르기만 한다면. 그것들이 길게 이어져 습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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