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커피를 입에 달고 다니는 선배들을 보면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었다. 출근하자마자 커피 노래를 부르며, 마시고 일을 시작해야 된다는 선배를 볼 때면 그저 개인 기호일 뿐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점차 들고, 몸과 체력이 이전과 같지 않음을 매 순간 느껴가는 요즘이면, 나도 예전의 선배들처럼 커피를 찾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곤 한다.
그냥 단순히 '커피나 마실까'가 아닌 커피가 땡긴다라는 말이 어떤 것인지 실감하곤 한다. 커피의 맛이 생각나고 시원한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싶다고 반응하는 순간, 그리고 그 반응에 따라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을 때 온몸에서 느껴지는 시원함과 갈증 해소. 그 지경에까지 다다른 것이다. 직장인들의 수혈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만 같았다.
정말 이제는 하루에 한잔의 커피를 생략하면 뭔가 허전한 기분이랄까. 이러다 카페인 중독이 올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중독 중인 걸 수도. 어쩌다 나도 이렇게 된 것일까. 어린 시절의 나는 커피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쓰고 텁텁한 맛에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도 몰랐었다. 카페에 맛있고, 달달한 음료가 넘쳐나는데 굳이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아메리카노를 외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웃프기도 하다. 사회가, 현실이, 그리고 나의 체력이 이렇게 취향을 바꿔 놓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커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제는 커피를 마시면, 맛있다와 맛없다 정도는 구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 취향의 커피는 산미가 없고 고소한 커피인 것까지도. 이렇게 점점 어른의 입맛을 가지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요새는 학생들부터도 너무나도 당연한 듯 아메리카노를 들고 다녀 어른 입맛이라고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고애신: 이 쓴걸 왜 마시는 거요?
쿠도히나: 처음엔 쓴맛만 나던 것이 어느 순간 시고 고소하고 달콤해지지요. 심장을 뛰게 하고 잠 못 들게 하고 무엇보다도 아주 비싸답니다. 마치 헛된 희망과 같달까요?
고애신: 헛된 희망을 파는 거요?
-미스터선샤인 중-
커피에 대해 생각했을 때 가장 잘 표현한 대사인 듯하다. 몇 년 전 정말 즐겨 보던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나누던 대화였다. 커피라는 것을 이렇게나 잘 표현할 수 있나에 대해 감탄하던 내용이다. 정말 어느 순간부터 고소해지고 달콤해졌달까. 헛된 희망이란 표현까지도. 무엇을 위해 헛된 희망까지 마셔가며 이렇게 깨어 있고, 버텨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니까.
그럼에도 커피가 있어 그나마 깨어서 일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조금 더 상승시켜 주는 건 사실이다. 오늘도 커피 한잔에 다시 숨을 고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