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음운론적 원리로 바라본 "무야호" 분석
15살 동생이 어느날 나에게 와서 대뜸 '무야호'를 아냐고 물었다.
"언니, 무야호 알아?"
"아니, 모르는데. 그게 뭐야?"
"내가 그거 따라하면 친구들이 완전 빵 터지고 뒤집어져."
"따라해봐."
"(양 손을 입 주변에 갖다대며)무~~야~~호옹"
"...?!"
2021년 어느날,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10여년전 <무한도전 알래스카편> 클립이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무한도전>의 구호를 "무야호"로 잘못 외치신 어르신의 귀여운 실수를, 대중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수면 위로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각종 무야호 패러디가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맥락 안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구분할 것 없이 "무~야~호"를 외치고 있다.
동생에게 맨 처음 "무야호"를 들었던 그날 밤,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 참으로 신박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탄생한 무야호 패러디들을 한 편씩 보다보니 폭소가 터졌고, 배꼽이 소멸되는 위기를 느꼈다. 무야호 10시간 반복재생, 무야호 리믹스, 겨울왕국와 어벤져스 무야호 등 패러디 영상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특히 '무야호'의 원본 영상을 방탄소년단의 Dynamite 뮤직비디오에 합성한 <무야호마이트>는 업로드 1개월만에 조회수 638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몰았다.
'무야호'가 이토록 많은 대중들에게 회자되고 열광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야흐로 '밈(Meme)'의 시대다. 대중이 문화의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로도 활약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밈이라는 용어는 리처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의 진화를 설명할 때 처음으로 언급되었다. '밈'이란 다른 개체에게 생각이나 믿음이 전달되는 경우에, 모방이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말한다. 쉽게 말해서 무야호는 사람들 사이에 계속해서 모방할 수 있는 단위가 되어 인기를 끄는 것이다.
밈(Meme)은 한 사람이나 집단에게서 다른 지성으로 생각 혹은 믿음이 전달될 때 전달되는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총칭한다. 밈은 1976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의 진화를 설명할 때 처음 등장한 용어이다. 밈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밈과 유전자의 연관성을 들어 밈이 생명의 진화 과정에 작용하는 자기복제자의 한 종류라고 말한다. 유전자가 자가복제를 통해 생물학적 정보를 전달하듯이, 밈은 모방을 거쳐 뇌에서 뇌로 개인의 생각과 신념을 전달한다. - 위키백과 '밈'
필자는 수많은 영상 클립 중에서도 왜 하필 "무야호"라는 2초짜리 실수에 온 국민이 열광을 하는지 궁금했다. MZ 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문화를 재생산하는 주체로서 밈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도, 그 대상이 왜 '무야호'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는 분석이 필요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채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신박한 해석을 발견했다. 바로 무야호를 음성음운론적 원리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세종대왕은 인간의 구강 구조를 고려하여 한글을 만들었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으로 나눠진다. 우선 자음은 사람이 날숨으로 소리를 낼 때, 목 안 또는 입 안에서 장애를 받고 나는 소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무야호의 첫 글자 '무'의 자음 'ㅁ'은 위의 사진에서 보다시피 두 입술이 닿아 조음되는 소리인 '양순음'이며, 공기 기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정도가 약한 '비음'이다. 또한 구강이나 비강 안에서의 울림이 커서 '공명음'이다. 두 입술이 닿으면서 구강 안에서 울림이 크고, 기류가 원활하게 흐른 소리가 바로 'ㅁ'인 것이다.
즉 'ㅁ'은 입안에서 장애를 받는 자음일지라도 사람이 매우 쉽게 발음하고 소리낼 수 있다.
한편 한글의 구성 요소 중 다른 하나인 모음은 허파에서 올라온 공기가 구강통로에서 마찰이나 폐쇄의 장애를 받지 않고 성대의 진동과 더불어 나오는 음으로서, 단모음과 이중모음으로 나뉜다. 한편 '무'야호의 'ㅜ'는 혀의 뒤에서 발음되는 후설모음이며,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소리내는 원순모음이다.
"무"를 발음해보자. 혹은 소리 내지 않고 입모양만 따라해보자. 입모양이 움직이지 않고 다만 입술만 쭈욱 빼면 정말 쉽게 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은가. 음성음운론적 원리에 따르면 입술이 서로 만나는 양순음(ㅁ)과 입술이 둥글게 발음되는 (ㅜ)는 가깝다. 그리하여 우리가 아주 쉽게, 또 편안하게 '무'를 발음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굳이 문법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사람이 세상에서 처음 태어나 가장 먼저 욕구하는 일은 젖을 먹는 것이다. 젖을 먹으며 "무"라는 소리를 난생 처음으로, 그리고 가장 많이 하지 않았을까? 2년 가까이 젖을 빠는 아기의 입모양은 언제나 동그랗게 모아져 내밀어진 상태이다.
따라서 우리는 소리 내기 정말 쉬운 단어인 "무야호"에 열광한다. 인간이 낼 수 있는 참으로 자연스럽고 쉬운 언어 "무야호". 오랫동안 즐겨 시청했던 <무한도전>의 클립 영상으로 "무야호"를 알게 되어 기쁘다. 무야호를 외치신 어르신 덕분에 오늘 하루도 웃음 한 숟갈을 더 먹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