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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로예 May 11. 2024

2년 헤비유저, 인턴이 되다

신이 내려주신 타이밍이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그 욕망에서까지 투영된다고 하죠. 


유난히 푸르던 8월의 여름밤 꿈을 꿨는데, 꿈 속에서 스픽의 멤버가 되어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무실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다른 분들과 단란하게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 꿈에서 깨어났는데 기분이 참 이상했습니다. 아무리 스픽을 좋아한다지만 꿈까지 꿀 정도였을까요. 어쩌면 제가 진짜로 스픽과 함께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 꿈을 꾼 이후, 1주일 쯤 지났을 때 거짓말 같은 소식을 보게 됩니다. 스픽에서 하반기 인턴을 뽑는다는 공고가 떴거든요. 

신이 내려주신 타이밍이었습니다. 그 해 1월 대학교 취업 특강에서부터 희망 기업으로 0순위로 스픽을 썼어요. 사실.. 스픽 말고 다른 모든 곳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스픽이 전부였어요. 마침내 모집 공고가 뜬 시기에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라는 느낌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때는 마침 눈에 불을 켜고 '이제 진짜 일해야 한다'는 시기였는데요. 교환학생 준비를 위해 휴학을 했었고, 하반기는 경제적 준비를 위해 꼭 일할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이 스픽이 된다면 금상첨화.. 아니 기적일거고 생각했어요. 

그 기적의 공고를 보니 온몸에 분홍빛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반드시 붙고 싶었어요. 자신 있었어요. 떨어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어요. 1년 넘게, 2년 가까이 앱을 사용한 유저로서 스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인턴이 된다면 누구보다 진심으로 기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스픽이 올린 공고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인턴'이었습니다. 1)비즈니스 성장과 2)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직무였어요. 솔직하게 저는 이 직무를 생전 처음 봤습니다. 콘텐츠, 그로스 마케팅 인턴 공고는 봤어도,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관련된 인턴은 머리털 나고 처음이었거든요. 

처음 접하는 직무지만, 잘 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으로 지원했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스픽이 요구하는 '역량'이 비슷하다고 느꼈거든요. 2년 전, 콘텐츠 마케팅 인턴으로서 브랜드 상세페이지 제작에 참여하고 커뮤니티와 협업하여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를 열었던 경험, 문화 예술 플랫폼에서 다년간 에디터를 했던 경험, 그리고 1년동안 러닝크루를 직접 운영했던 경험을 아낌없이 포트폴리오에 녹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화상 면접이었는데요. 지원서, 이력서 및 포트 폴리오 제출, 직무 과제, 화상 면접, 최종 면접까지 총 네 단계를 거쳤어요. 포트폴리오와 직무 과제에서 적었던 대부분의 핵심 내용에 대해 매우 심도 깊은 질문들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팀 리드님과 말씀을 나누면서 '면접'이라는 느낌보다는 제 생각과 관점을 아낌없이 말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왜(Why)'와 '어떻게(How)'의 본질만 집중하면서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어 이야기한 그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결정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던 솔직한 고백을 드렸습니다. 인턴 공고에서는 근무일이 9월부터 2월 말까지라고 했는데, 저는 교환학생 출국으로 인해 '한 달 먼저 퇴사를 해야한다'고 말씀드렸거든요. 만약 저를 믿고 뽑아주셨는데, 채용하고 난 뒤 뒤늦게 이른 퇴사 시기를 '통보'드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렸던 제 이야기를 들으시곤, 팀 리드님은 "말씀하시는 건 정말 잘한 선택이다"라고 덧붙여주셨습니다. 세상이 생각보다 너무 좁다고, 만약 모든 절차가 다 끝난 뒤에 말했다면 지금과 상황이 아예 달랐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죠. 그 이후 저는 최종 면접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고, 정말 감사하게도 최종 합격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총 다섯 명의 인턴 분을 만났던 입사 첫 날. 9월 18일의 온도와 습도, 바람, 날씨, 그 날의 향기까지 모든 게 선명합니다. 지금은 성수로 이사했지만 그때는 선릉역 사무실이었는데요. 우리집 강아지와 너무 똑닮은 이쁜 만두(지사장님 강아지)가 저희를 반겨주었고, 입사 첫날부터 맛있는 갈비탕을 먹으러 떠났어요. 

그렇게 바라고 바랐던, 꿈꿔왔던 스픽에서의 인턴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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