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하게 내리는 눈과 영롱하게 반짝이는 트리들, 귓가를 따스히 적시는 캐럴, 뽀얀 눈과 옷을 두툼하게 껴입은 사람들. 이 시즌이 되면 나는 따스한 차를 마시고 캐럴을 들으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가도 귓가와 손, 목덜미를 파고드는 매서운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서늘해지며 낮게 가라앉는다. 핸드폰 속 갤러리를 넘겨 보며 어째서 몇 개월 전 찍은 것이 분명한 듯 한 이 사진이 작년에 찍은 사진인 건지 소름 끼쳐하며 빠른 시간이 선사한 공포심에 사로잡힌다.
시간이 내게 고약한 장난을 치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날짜를 자꾸 n배속으로 빨리감기 시키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기겁을 한다. 그리고 지난 1년간 대체 난 무얼 했는가 곱씹어본다. 누군가는 N잡을 하고, 누군가는 올 한 해 멋진 커리어를 추가하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분은 책을 내셨으며, 누군가는 사업과 연애와 자기 개발을 시간을 쪼개 쓰며 했다는데,나는 무얼 한 건가. 올해 나의 성과는 업무가 전부인 건가 곱씹으며 깊은 한숨을 쉰다. 왜 연초 계획의 절반도 실천하지 못한 걸까... 남들과 물리적으로 똑같은 시간, 똑같은 1년을 살았는데 시간을 헛되이 보낸 건가. 자괴감의 수렁에 빠져든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압박감마저 든다. 이른바 연말증후군인가... 사전을 검색해 본다.
- 연말증후군 -
연초의 계획 실패나 외로움 등으로 연말에 우울해지는 병증. 20~30대 남녀 10명 중 6명은 연말이면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해지는 등 심경의 변화를 겪는 연말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나는 이를 12월 증후군이라고도 칭한다.
보통 12월만 되면 겪는 증상이므로. 미국심리학회(APA)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홀리데이 블루스(Hoilday blues)’라고 명명했다고도 한다. 몇 년째 반복되는 연말증후군, 혹은 12월 증후군이 나를 잠식하게 둘 순 없지. 이것으로부터 탈출할 방도를 고민해 본다.
글을 좀 더 자주 쓰자. 글을 자주 쓰면 감정 해소도 되며 생각 정리도 된다. 더불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자주 쓴 글이 쌓이고 좋은 글들이 나오면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나의 책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매달 월간 계획을 (업무 외적으로 개인적인) 세워두고 정해둔 월간 계획을 100%에가깝게 실현시켜 보자. 매달 나만의 계획을 실현시키며 성취감이 커진다면 올 한 해 열심히 살았다는 뿌듯함이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보다 커질 것이고 연말증후군을 상쇄시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