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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정 Jun 28. 2023

밥은 참아도 빵은 못 참거든요

그냥 빵 먹고 운동을 더 할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밥심으로 사는 민족이다.

우리 어떤 민족입니까? 하면

배달의 ㅁ...아니 밥심의 민족이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좀 예외인 듯하다.

배고픈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혹은 혼밥을 하게 된다면 밥 대신 빵을 먹는다.


어딘가로 혼자 가게 되어 혼밥을 하게 되면,

간단히 때우고 싶다면, 혹은 퇴근 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일단 네이버 지도를 켠다.

그리곤 내가 있는 곳 근방의 디저트 가게 혹은

베이커리 잘하는 카페를 열심히 찾아본다.



어떤 빵을 잘하는지, 베이커리로 정평이 난 곳인지,

후기는 어떤지, 또 가고 싶을 정도의 맛이었는지,
꼼꼼히 살펴본 후에 오늘의 방문지를 신중하게 선정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림에도 한번 먹는 것,

이왕이면 후회 없을 곳에서 빵을 맛보고 싶기 때문에.

혹 그곳이 30분 이상 이동해야 한다고 해도

그 정도 수고로움쯤은 평소 운동도 충분히 하는 거리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 수고로움 끝에 맛볼 빵의 향기와 맛이 나를 더 설레게 하기 때문에.  


그래서 다이어트를 할 때조차 빵을 완전히 끊은 적이 없다.
까눌레만 한 미니미한 빵 1개라도 먹어야 허전함이 충족됐다.  빵을 끊는다? 그것은 내겐 우울증의 시작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하루에 자그마한 빵 1개라도 먹어야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맛있는 빵의 기준은 무엇이냐?
빵러버들 사이에서도 취향이 존재하는데 나는 그중

스윗한 빵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새로운 식재료가 들어간 빵들도 좋아하지만 (예를 들면, 쪽파크림치즈 베이글, 베이컨 도넛 등)
보통은 크림이 낭낭하게 들어간 파이, 밀푀유, 크러핀,

카놀리, 케이크류를 애정한다.

나만의 빵 맛집 기준을 나열해 본다면

1. 크림은 반드시 동물성 생크림이어야 한다
밍밍한 맛과 양초맛이 약간 느껴지는 식물성 크림을 쓰는

가게라면 다음엔 가지 않는다.   
동물성 생크림이 주는 진한 우유맛은 식물성 크림으로 흉내 낼 수가 없다.


2. 해당 가게에서 직접 만든 빵이어야 한다

냉동제품을 혹은 타 가게 제품을 냉동해 와서 판매하는

그날 갓 만든 빵맛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날 만든 신선한 재료의 향과 맛, 식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을 선호한다.


3. 재료를 아끼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들어간 재료가 아쉬운 프랜차이즈 빵집과 가장 큰 차별점이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장님이 빵에 진심이시고 맛에 진심이신 곳은
대체적으로 어떤 최상의 맛을 선보일 것인지에 대해 연구하시기 때문에 재료가 만족스럽게 충분히 들어가 있고 먹었을 때도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
가격은 들어간 재료에 대비하여 책정하면 된다.
맛과 재료에 수긍이 간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가격에 수긍이 갈 수밖에 없다. (너무 사악한 가격은 제외)  

​4. 조화로운 맛이어야 한다
이것 또한 위의 3번과 맞먹는 중요한 부분이다.
무슨 음식이든 맛있어야 기억에 남고 또 발걸음 하게 된다.
난 달콤한 빵들을 좋아하지만 너무 단맛이 강한 초코가 들어간 빵, 브라우니류들은 피하는 편인데 먹다 보면 물리기 때문이다.
단맛이 크게 자기주장을 펼치지 않으면서 다른 재료들과 하모니를 펼칠 줄 안다면 계속 손이 가고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행복해진다.  


이렇게 내 나름의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디저트 맛집, 베이커리 맛집을 찾았다면 그날 하루가 상당히 흡족하게 마무리된다.
며칠 동안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면서 마음에 잠시나마 평화가 찾아온다.  

그래, 비록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열심히 일했으니
그 대신 여가시간에 먹고 싶은 맛있는 빵들과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거겠지 하면서.
내가 이런 것들을 먹을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건 축복이긴 하다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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