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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정 Jul 05. 2023

4원소 아니 우리들의 이야기         <엘리멘탈>

물과 불이 만나 일렁일 때!


나는 평소 영화 기대작이 생기면 티저, 예고편이 뜰  때마다 모두 챙겨 보는 편이다.

예고편을 하나씩 열어보며 본편을 미리 상상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디즈니ㆍ픽사의 신작 <엘리멘탈>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주토피아'의 동물들의 세계 같은 물과 불, 공기, 의 세상에 '인사이드 아웃'의 참신한 의인화가 버무려진 애니메이션일 것 같다 정도로 예측했다.



마침내 영화관에 들어서 스크린에 작품이 투영되는 순간, 나는 새로운 세계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아름다운 컬러감의 영상미는 물론, 첨단적이면서 자연친화적인 엘리멘트 시티가 이상적인 미래도시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저 세상으로 간다면 혹은 다시 태어난다면 살아보고 싶을 정도로.  

그 안에서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4원소들은 되도록 서로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서 각자의 영역 안에서 질서 정연하게 살아간다.



각자의 개성대로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4 원소들(물, 불, 공기, 흙)의 모습은 움직임을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생동감이 넘쳐서 내적 박수를 치게 만들었다. (본래 귀여운 것을 몹시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 불, 공기, 흙의 특성과 움직일 때의 질감과 움직임을 어찌나 섬세하게 표현했는지 보는 내내 감탄하다가 만면에 미소가 퍼진다.



그렇다. 디즈니ㆍ픽사는 어릴 적부터 지금껏 날 거의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주관적인 팬심일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의 감독은 한국계 이민 가정 2세인

피터 손 감독이다.  

그래서인지 곳곳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들과 다양성이 엿보인다.

각자의 특성대로 더불어 살아가는 엘리멘트 세계는

다양성의 가치와 공존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서로 애초에 너무 달라 엮이지 않으려고 하는

집단이 존재한다.

바로 물과 불이다.

물과 불은 성질도 특성도 매우 다르다.

한쪽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고 열받아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한쪽은 매우 유연하고 눈물과 감성이 물처럼 흘러넘쳐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연의 사건으로 만나게 된 둘은 사건 해결을 위해 돕다가 매우 다른 서로에게 매우 이끌리게 된다.

함께 하면 한쪽이 끓어오르다 증발할 수도,

또 다른 한쪽은 꺼질 수도 있을 만큼 함께 하기

힘든 존재이지만 둘은 결국 사랑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로맨스에 가족 드라마가 버무려진 이 작품에선

낯선 타지에 힘겹게 정착해 열심히 터전을 일군 주인공 엠버의 부모님에게선 이민 가정의 모습이,  

부모님께 실망을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아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엠버에게선 K-장녀의 모습이,

딸의 남자친구를 테스트하는 아버지의 모습,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는 모습 등에선 우리의 문화가 비쳐진다.

이 한국적인 요소들로 인해 주인공들이 점차 친근하게 느껴지다가 엔딩 장면에 이르러서는 울컥 눈물샘이

터지고 마는데 이쯤 되면 한국 작품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피터 손 감독이 밀양 출신 아버지의 자전적 에피소드를 일부 반영했다고 한다)



이 독특하고 기발하며 아름다운 작품은 오래오래 일렁이며 마음속에서 타오르고 물결칠 것 같다.

내가 이러니 디즈니ㆍ픽사를 사랑할 수밖에.



"네 빛이 일렁일 때가 좋아
"
<엘리멘탈> 웨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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