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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정 Jul 21. 2023

코코 그리고 웰다잉

가끔씩 저세상을 생각해 본다

요즘 멍 때릴 때마다 곧잘 드는 생각이 있다.
나는 과연 언제까지 살 수 있을 것인가,
나는 현재 남은 삶의 어디쯤 와 있을까.
저 세상으로 간다면 과연 난 어떤 모습일까,
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하는 것이다.  



물론 이 생각은 어릴 때부터 다들 조금씩 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의문을 한번씩 가져봤을 것이다.
'사람은 왜 죽나요'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나요'
'하늘나라는 어디에 있나요'  등등.

다만 어릴 적에는 막연한 궁금증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하는 미지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커서 드는 생각은 내가 이 세상을 떠나 저세상으로 간다면 이생에서의 모든 추억과 기억이 無가 되지 않을까...
내 머릿속, 마음속 모든 것이 delete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우선한다.

살아있는 사람들 중엔 당연히 저세상에 다녀와보신 분이  계시니 감히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막연히 추측과 상상만 되풀이할 뿐.



나라는 사람은 언젠가 있었는데 없는 존재,
내 기억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도 컴퓨터 속 파일을 완전삭제한 것처럼 지워져 버려 먼지와 다름없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무척이나 허무하고 두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휩싸일 때도 있다.



이런 생각들은 우연히 접했던 사후세계를 묘사한 작품들을 통해 생각이 더욱 깊어지기도 했다.
유령신부, 드라마 '도깨비', 영화 '신과 함께', 그리고 애니메이션 '코코' 등.
이중 '신과 함께1'과  애니메이션 '코코'는 비슷한 시즌에 차례로 개봉했었기에 두 영화를 연달아 보면서 남은 삶과 윤회사상, 사필귀정과 인과응보의 업보까지 심오한 생각이 이어지기도 했는데

'코코'는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해왔던 것과는 전혀

딴판인 사후세계를 다뤘다.



우린 저세상에서도 계속 '기억'을 갖고 살아가며 나에 대한 누군가의 '기억'이 있어야 계속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신과 함께' 에서는 우린 죽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7개의 지옥 중 한곳에 랜덤당첨 예정이며
이 생에서나 저 생에서나 빡셀 것이라고 은연중에 겁을(?) 줬지만 '코코'에서는 컬러풀하고 멋진 비주얼의 세상에서 단지 외모만 조금 바뀐 채 그 세계에 적응해 가족들과 즐겁게 살아간다.

현생에서의 삶의 결과가 따르는 심판의 세계가 아닌, 삶이 이어지는 다른 차원의 세계인 것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저런 세상이라면 죽음이 두렵지 않고
살아갈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억하고 간직해 온 모든 것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니 말이다.



물론 이건 멕시코 버전의 저세상일뿐, 우린 여전히

세상을 잘 모르고 앞으로도 알 수 없다.
내 곁의 사랑하는 누군가가 언제쯤 내 곁을 먼저 떠날 지도, 내가 언제 떠날 지도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시간낭비 뿐인 상상과 막연한 걱정은 줄이고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삶과 할 일들을 열심히 해나가며 마지막 순간에 후회되고 두렵지 않을 만큼 착실하게 또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살면 적어도 남겨진 다른 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 숨 쉬며 떠날 땐 가벼운 마음으로

 '또 다른 세계"를 기대해 볼 수 있을테니.



꿈을 이루는 건 나에게 달렸다
"
<코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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