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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정 Aug 05. 2023

영원한 청년 건축가, 안도 타다오를 만나다

공간, 예술, 자연의 콜라보

6월의 쾌청한 어느 날이었다.
모처럼 서울을 벗어나는 날 푸르고 맑은 하늘에 오늘 나들이도 왠지 성공적일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목적지는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
몇 년을 벼르다가 이제서야 발걸음을 향하게 됐다.  
버스를 타고 10시에 출발해 뮤지엄 산까지 소요된

시간은 대략 2시간 여.



산자락에 위치한 뮤지엄 산은 웰컴센터를 지나자

산수화처럼 병풍처럼 펼쳐진 산이 시야를 꽉 채웠다.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풀밭 위를 수놓은 진분홍

패랭이꽃과  어우러진 초록은 흡사 풍경화 속에 들어온

느낌마저 들었다.
(절경이네요~ 장관이고요~)
왜 이름을 뮤지엄 산이라 명명했는지 이해가 간다.
(Space(공간) + Art(예술) + Nature(자연)의 이니셜을 결합해 만든 명칭(SAN)이다)



초여름이라 햇빛은 다소 세지만 습기 없이 보송보송한 날씨에 플라워가든, 워터가든을 지나면서 기분이 몹시 상쾌해진다.
( 맑은 날씨 + 청량한 풍경 = 자동힐링 )
자작나무길을 따라 걸으며 점차 세상에서

잠시 OFF되어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전시는 페이퍼갤러리(종이박물관), 청조갤러리(미술관), 명상관, 제임스 터렐관까지 순차적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이어져 있는데 때마침 뮤지엄 산 개관 10주년

을 맞아 이 뮤지엄의 건축가이자 노출 콘크리트와

미니멀한 건축의 대가인 안도 타다오의 개인전 "청춘"

전시가 열리고 있다.
햇빛, 물, 바람 등 자연을 품은 건축을 선보여 왔던 안도 타다오답게 뮤지엄 산 본관 주변은 심플하지만 존재감을 발하는 건물과 건물 주변을 감싼 채 풍광을

거울처럼 비추는 물이 함께 반긴다.




안도 타다오는 고졸의 건축 비전공인임에도 불구하고

건축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세계적인 건축가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어느 날, 헌책방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을 보고 건축에 입문하게 된 안도 타다오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형편이 되지 않아 독학으로 아돌프 로스, 루이스 칸, 르 코르뷔지에 등 다양한 건축가들의 작품과 책들을 탐독하고 따라 그리며 공부했다.
각국을 누비며 건축여행을 하고 건축책과 도면들을 독파하며 자신만의 건축 세계를 창조해 간 끝에 그는 공간과 건축에 대한 개념을 바꾼 사람이 되었다.





전시 제목인 ‘청춘’은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 대한

‘끝없는 도전’이자 매일매일 더 나은 설계를 한다는

스스로의 신념이자 인생을 대하는 그의 ‘도전 의식’을

함축하고 있다.
이번 "청춘" 전에서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 여정을 4가지 섹션에 나누어 담고 있는데 안도의 건축세계를 총망라한 대표작 250여 점을 만날 수 있었다.





1부 ‘공간의 원형’에서는 1969년부터 19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안도의 건축 작품을 선보인다.

이 시기 안도의 건축물들은 빛과 기하학이라는 근원적

요소를 담고 있다.


2부 ‘풍경의 창조’에서는 자연을 관찰 후 풍경을 재창조하는 안도 타다오의 공공건축을 소개하는데 여기서 풍경은 조경같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도시를 재건 및 확장하여 그 지역민들이 공유하는 새로운 공동체 개념이다.





3부 ‘도시에 대한 도전’에서는 그가 세계 각국의 도시

에서 펼쳤던 결과물들을 소개한다.
퓰리처 미술관, 상하이 폴리 대극장,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지중미술관, 이우환 미술관 등이 있는데 공간성에 대해 고심했던 흔적이 느껴진다.

도시와 어우러지며 이야기를 품은 건축물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4부 ‘역사와의 대화’에서는 오래된 건축물들을 보수하고 재생한 안도의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자신의 건축물을 그저 개별적인 건물 하나가 아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연결고리같은 입체적인

존재로 생각한다는 게 느껴진다.
여러모로 건축물의 역할과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전시였다.





안도 타다오에게 있어 '청춘'은 특정한 나이대, 생물학적인 숫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라고 한다.
목표만 있다면 70대~80대도 청춘이라고 말한다.
‘청춘’을 느끼는 방법은 자연 속에 있는 것이라 말하는 안도의 건축물들은 명상을 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지녔다.
전시를 관람하고 공간 안에 머물수록 마음이

고요해지는데 공간 안팎을 아울러 이 햇빛, 온도. 습도까지 체감하게 된다.

자연, 공간과 교감하는 기분이랄까.
공간이란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님을 체감케 한다.





전시관 입구부터 중간중간 보이는 '청춘'이라는 이름의 크고 작은 청사과들도 청춘이 숫자가 아닌 마음가짐이며 누구에게나 현재진행형임을 상기시킨다.
청춘은 10대~20대일 뿐이며 어쩌면

나의 청춘도 지났을지 모른다고 치부했던 나의 생각에

작은 파동을 일으켰다.
나의 청춘은, 우리의 청춘은 계속된다.





"사람들의 마음에 말을 걸어 그 감정을 흔드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 안도 타다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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