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올 초봄, 우리 곁을 요망지게 찾아온 드라마가 있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다.
이 드라마는 토속적인 배경 아래 196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 가족의 인생사를 통해 우리 부모님들과 조부모님 세대의 삶과 정서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두 세대의 삶이 교차하며 전하는 이야기들은 매 씬마다 마음을 적셨다. 아마도 살면서 봤던 드라마 중 <미스터 션샤인> 다음으로 많이도 울었으리라.
1960~70년대 제주도와 당시 시대상을 그대로 재연한 미장센,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 연출력, 주조연부터 아역까지 어느 누구 하나도 연기 구멍 없는 배우분들의 연기 차력쇼까지 작감배(작가, 감독, 배우)가 완벽한 드라마였다.
고달프고 서럽지만 꿋꿋하게 삶을 살아왔던 애순이, 관식이의 모습에서 또 그 주변인들의 모습에서 어릴 적 들어봤지만 잊고 있던 부모, 조부모분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서로 각자 다른 형태로 힘들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보듬으며 함께 살 부비며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은 사뭇 부럽기도 하다.
희로애락을 나누고 이웃사촌을 넘어 넓은 의미의 가족으로도 보이는 그 깊은 마음 씀씀이는 이제는 거의 볼 수 없는 모습들이니 말이다.
"유채꽃이 혼자 피나? 꼭 떼로 피지. 혼자였으면 골백번 꺾였어."
"원래 사람 하나를 살리는 데도 온 고을을 다 부려야 하는 거였다."
“바당에 혼자 물질하는 잠녀 봔?시커먼 바당에서 콸락 콸락 숨 넘어갈 때는 꼭 사람들 모인 데 가서 딱 붙어 있어야 살주 ”
"고찌 글라 고찌 가. 고찌 글민 백 리 길도 십 리 된다"
(같이 가라 같이 가. 같이 가면 백 리 길도 십 리 된다)
서로에게 건네는 온기들로 보는 내내 인류애가 자동 충전됐다. 혼자일 땐 막막하고 다 놓아 버리고 싶다가도 곁에서 보듬어 주는 그 한 마디로, 하나의 마음만으로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으니.
매회 나를 울렸던 그 따스한 온기들이 나에게로 와 나도 때론 누군가에게 따스한 온기를 건네는 좋은 어른이 되자고, 누군가의 앞을 조금이나마 밝혀주는 불빛이 되자고 마음먹게 했다.
올봄, '폭싹 속았수다' 덕에 많이도 울고, 웃고, 아리고, 따수웠다.
부디 우리 모두의 삶에 녹음이 가득하기를.
먼 훗날,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는 그 순간에 고행이 아닌 소풍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