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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출근길

별 거 아닌데 뭐가 그리 서러웠을까

by 윤혜정


아침 출근을 앞둔 시간이었다

출근 전엔 시간이 늘 촉박하므로 식탁 위에 엄마가 차려두신 과일 중 몇 조각을 회사에 가져가서 먹을 요량으로 담았다.

그런데 엄마의 한 마디가 비수같이 날아들었다.

"하여튼 얘는 맛있는 것만 생기면 달려들어"

식탁 위의 과일들은 그저 평소대로 딸기, 망고일 뿐이었다. 좋아하는 과일들이긴 해도 엄청 비싸거나 먹기 아까울 정도의 그런 음식은 아니었다.



고작 딸기 몇 알, 망고 두어 조각을 담은 건데 맛있는 거 생겼을 때만 먹는다는듯한 어투에 갑자기 마음이 상했다.

얌체같이 얼마 없는 맛있는 것을 눈치 없이 먹은 것도 아니건만.

평소 관리를 위해 저녁도 아주 간단히만 때워서 집에서 먹는 것이 회사에서 점심 먹는 것보다 적건만.


한두 번 들은 말도 아니고 평소처럼 가볍게 흘려들을 수도 있었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서러워졌다. 그리곤 갑자기 입맛이 사라져서 담았던 것을 도로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엄마는 그 소리했다고 삐져서 던져둔 거냐고 했다.


그깟 과일 안 먹는다고 큰일 나지 않는데 그냥 출근이나 하자.

서둘러 집을 나서려는데 동생이 챙겨가라며 과일 담은 봉투를 다시 손에 쥐어줬다. 평소보다 살갑게 토닥여주면서.

엘리베이터로 향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지하철로 향할수록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발은 서둘러 움직이면서 얼굴은 울상인 요상한 상황.

지하철을 기다리는 플랫폼에서 눈물을 훔치자 몇몇 분들이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별일 아니랍니다. 제 호르몬이 오늘 좀 이상한가 봐요.'

뭐 고작 그 한마디 때문에 서럽다고 우냐, 왜 우냐 어린애도 아니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눈물 수도꼭지를 닫았다.


스스로를 달래려고 일부러 웃긴 쇼츠를 찾아봤다. 부은 눈으로 웃고 있는 내 모습 참 웃기겠구나 하면서.

내 기분은 15분도 채 안 되어 풀어졌다. 그래 별거 아닌데 그냥 웃어넘기자. 웬만한 일은 웃어넘기는 호탕한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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