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피고 졌던 분들의 이야기
매년 이맘때 광복절 즈음이 되면 다시금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다. 나의 인생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다.
작감배 (작가, 감독, 배우) 레전드 드라마로 뽑히는 ‘미스터 션샤인’은 수려한 영상미와 연출, 음악,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한 마디 한 마디 주옥같았던 대사들과 스토리가 매회 마음을 아리게 했다가, 따스하게 했다가 깊은 울림을 줬다.
로맨스 시대극인 것 같지만 사실 구한 말, 각기 다른 형태로 격변의 시대, 상실의 시대를 살아냈던 분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낮에는 위엄 있고 고고한 사대부 애기씨인 애신은 밤이면 변복을 한 채 복면을 쓰고 총을 든 의병으로서 ‘불꽃’같이 뜨겁게 타오른다. 의병활동의 일환이다.
의병활동에 있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도 애신은 매일 밤 담대하고 의연하게 거사에 나갔다. 지속적인 거사에 의문을 갖는 대한미국인 유진에게 애신은 “양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면 우린 이름도 얼굴도 없이 오직 의병이오. 할아버님께는 잔인하나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하오. 불꽃으로. 죽는 것은 두려우나, 난 그리 선택했소”라며 자신의 선택에 깊은 결연함을 갖는다.
이 땅에서 이름도, 기록도 없이 수많은 의병들이 그렇게 불꽃같이 타올랐다 스러졌을 것이다. 때문에 드라마가 방영됐던 당시에도, 요즘에도 종종 드는 생각이 있다. 나도 과연 그 시대, 그 시기를 살았다면 그렇게 거룩하게 살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또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도.
오랜만에 ‘미스터 션샤인’ OST를 들으며 우리의 역사 속에 계셨던, 이 땅을 위해 뜨거운 삶을 살다 가신 수많은 분들께 깊은 경의와 존경을 표하고자 한다.
“불꽃이 지고 나면 남는 건 뜨거운 마음이요”
- ‘미스터 션샤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