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의 엄마와 나를 만난 날

어린 시절 추억 한 컷

by 윤혜정

지난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혹한의 날씨라 밖에 5분 이상 서있기도 쉽지 않았다. 선약이 있어 지인과 이탈리안 식당에서 식사 중이었는데 무심코 옆테이블을 보니 8~9세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와 엄마가 식사 중이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그날 함께 찍은 사진, 인형, 액세서리 등을 보며 단란하게 얘기 중이었다. 엄마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신나게 오늘 즐거웠던 일을 말하는 딸과 그런 딸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들어주는 엄마의 투샷은 슬쩍 봐도 깊은 모녀 사이임을 알 수 있었다.


출처 : Freepik

그 모습이 자연스레 30년 전 우리 엄마와 나의 모습으로 오버랩됐다. 그 자리에 엄마와 마주 보고 앉은 어린 시절의 내가 있었다. 엄마와 몇 년간 떨어져서 자란 적이 있던 그때의 나는 엄마와 재회한 후 세상 처음 경험한 것들이 많았다. 처음 보고 먹고 느낀 것들의 대부분이 엄마와 함께 한 것들이다. 4살 이전의 기억은 거의 없지만 7살 이후 엄마와 함께 했던 모든 첫 순간들은 기억 속에 또렷하다.



난생처음 방문한 극장에서 인생 첫 애니메이션이었던 디즈니 <알라딘>을 감상했던 가슴 벅찬 순간,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천상의 맛으로 느껴졌던 첫 햄버거와 피자, 어릴 적 소울푸드가 됐던 첫 경양식 돈가스, 당시엔 어렵게 느껴졌던 첫 과학관, 박물관, 소꿉놀이 같았던 첫 요리, 새롭고 신기했던 첫 여행 등등.

되도록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서 주말과 방학이면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던 엄마와의 모든 첫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시절 세련되고 예쁜 엄마를 바라봤던 내 시점의 기억들만 있었는데 옆자리 모녀의 모습을 통해 엄마와 나의 모습이 한 컷에 눈에 담겼다. 그때의 우리 모녀의 모습도 저렇게 단란하고 따스했겠구나. 그때의 엄마도 어린 나를 저렇게 바라보고 얘기를 나눴겠지. 매일매일 그렇게 새로운 순간들이 쌓여가고 그 모든 순간들 속에 엄마가 있었겠지.

우연한 순간 다시 만난 30년 전 엄마와 나. 사진으로 남겨진 건 없지만 그때의 엄마와 나를 마음속으로나마 한 컷 저장해서 남겼다. 오래오래 생각날 때마다 꺼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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