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구두 한 짝

by 조성범

구두 한 짝/조성범


뒷굽 닳은
구두 한 짝이 뒤집혀 있다
애벌레 한 마리 함께
잎 하나 떨어져 있다
푸른 하늘 아래
갯벌에 낡은 배, 뒤집힌 화분, 날짜 지난 신문지
세월이 탕 탕 관통한 내 가슴팍이다
소리도 없고
눈물도 없고
수십 년 목적지 없이 떠돌던
그저 흘러가던 시간 속에 출렁이던
아직은 뜨겁다고 뜨거울 수 있다고
탕 탕 발구르는
검게 그을려
버석거리는
벼랑 끝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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