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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Aug 10. 2017

나는요

나는요

나는요/조성범


나는요

사는 게 심심해질 때

좋은 것 싫은 것도 없어질 때

하필 그때가 또 놀무렵이면

내 가슴 속엔

어릴 적 숨어 놀던 빈집에

부서진 창문을 훼엥 넘나들던

바람 소리가 나더라구요


내가 바람을 닮았나요?


남는 것보다

떠나는 것이 더 많은 날

기억되는 것보다

잊히는 것이 더 많은 날

그런 날은 혀끝에 쓰디 쓴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꿈이라도 꾸고 싶더라구요


하얀 나비 쫓아

들길을 아지랑이처럼 너울대

숫처녀 고운 낯 살포시 물들이는

그런 꿈 꾸고 싶더라구요

깊고 깊은 꿈속에선

그 누구에게라도

달려 가고 싶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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