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령왕릉을 걷다
무령왕릉을 걷다/조성범
가을 숲 소란스럽다
단 하나의 습기조차 남기지 않은 가랑잎, 단단한 땅을 뚫고 부활을 예비하는 열매들, 날아오르는 새들의 몸짓에 마른 잔가지 부러지는 소리
송산리 백제 고분군은
천년의 영광을 꿈꾸는 왕조의 말발굽 소리
새벽 별빛에 깨어나 달빛에 잠들고 싶었던
젊은 도공의 간절했던 기원
연화 무늬 벽돌 한 켜 한 켜에 쌓이던 울음
천년의 꿈속에 웅웅 거리고 있었다
절대 멈추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 위 하루를 잠시 벗어두고
햇빛을 가리지 않고, 바람을 피하지 않고 떠나 온
하루는 고요하 질 않았다
다시 천년이 지나고 난 후
어느 흔적, 어느 작은 소리가 내 오늘을 꿈꾸게 해줄까